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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ana Jul 06. 2024

2024년 6월 18일 태국

대전 최초 퀴어 퍼레이드에 부쳐

  태국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한 달여가 지났다. 몸은 비록 더 이상 태국에 있지는 않지만, 태국 소식에 늘 관심이 간다. 왕이 있는 나라, 불교국가, 트랜스젠더의 나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이 잘 버무려진 곳이 바로 태국이다. 최근 성 소수자들에게 더 없는 희소식이 들린다. 아마도 2024년 6월 18일은 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성 소수자들의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태국 상원이 동성 결혼 허용을 골자로 하는 결혼 평등법을 통과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말 이 법안이 발효되면 태국은 동남아에서 동성혼을 허용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 앞서 태국 하원은 이 법안을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시킨 바 있기에 무리 없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형식적으로 내각과 왕실의 승인을 거쳐 12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


  제출된 결혼 평등법은 동성 커플도 이성 커플과 동등한 권리를 갖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가족 형성을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했으나, 개정안은 결혼한 부부를 ‘남녀’가 아닌 ‘두 개인’으로 규정했으며 이들의 법적 지위 역시 ‘남편과 아내’에서 ‘배우자’로 변경했다. 법안에 따르면 동성 커플에게도 자녀 입양권, 배우자의 자산 관리 및 상속권, 이혼, 배우자가 공무원인 경우 국가 복지 혜택, 세금 공제 등이 보장된다. 외국인도 태국에 동성 결혼을 신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배우자 비자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법안이 최종 발효되면 태국은 동남아에서는 최초이고, 아시아에선 대만과 네팔에 이어 세 번째로 동성 커플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가 된다. 태국에서 결혼 평등법이 이처럼 신속하게 진행된 이유는 태국 의원들이 특별히 개방적이고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태국 정치 시스템에서 군대의 영향력은 특히 상원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들 의원은 군에 의해 임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태국은 군부의 나라이기도하다. 보수적이기로 본다면 한국 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의원들을 바꾼 것일까. 바로 끊임없는 투쟁, 그리고 그 투쟁의 결과인 피타로 대표되는 전진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서부터다.

  

  성 소수자의 인권에 관해서는 왕도 민의를 존중해야 하는 그 어려운 일을 지금 태국은 해내는 중이다. 한편, 대전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퀴어퍼레이드를 대전시는 불허하겠다는 뉴스를 접했다. 하…2024년 6월 18일 태국과 한국, 거꾸로 가는 것은 누구인가.


* 본 원고는 대전여민회 소식지 ‘여진’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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