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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Dec 06. 2021

사춘기 아들이 흘린 눈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 담임 전화였다. 어제 체육 시간에 다른 아이들과 달리 교복을 입고 수업에 참여한 아이 때문에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체육 선생님이 아이를 불러 체육복을 입지 않았다고 훈계하셨다고 한다. 아이는 체육복 대신 교복을 입으면 안 된다는 교칙이라도 있느냐며 반문했고, 이에 선생님이 아이가 대든다고 생각하셨는지 혼을 내셨다고 한다. 그러자 화가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사람처럼 아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알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며 어찌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어머님, 저도 교직 생활하면서 이런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요. 치료를 받고 좋아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은데. 아이를 이대로 놔두면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있을까 봐서요”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화가 났다. 우리 아이 걱정보다는 다른 아이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자기가 맡은 업무 연장선에서 문제 학생을 빨리 없애고 싶은 것 같았다. 지인이 근처 ‘지역 아동·청소년 상담센터’를 소개해주었다. 그나마 상담을 통해 아이 상태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했다. 상담사를 만났다. 사춘기 남학생이 보이는 특징 말고도 ‘심리적인 불안’이 강하다고 한다. 전문적인 상담이 되려면 정밀심리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2시간 동안 아이가 검사를 받는 동안 대기실에서 부모 양육 태도 검사를 받았다. 설문 항목마다 ‘부모가 이러니 아이가 이렇게 되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쓰러져 잤다.


검사 결과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다. 자라면서 부모와 충분히 대화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익혀야 했으나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자신을 적절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어떻게 표현할지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계속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았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인 대로 배운다는 말이 맞았다. 작년부터 남편과 매일 싸웠다. 자궁 문제로 수술한 이후 체력 저하와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날이 잔뜩 선 고슴도치처럼 굴었다. 남편과 서로 트집을 잡고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부부끼리 솔직한 대화가 없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주고 싸우기 위한 말만 찾아서 했다. 이혼하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없었다.

하루는 첫째 아이가 자는 방에 들어가서 아이 등을 쓰다듬으며 속내를 이야기했다. “강호야, 미안하다. 중학교 들어가서 적응하기도 힘든데 매일 엄마랑 아빠가 싸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엄마도 잘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네.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 너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사실 엄마도 요즘 마음이 아파. 이겨낼게. 엄마가 노력할게. 정말 미안하다.” 말을 하는 중간에 울음이 나왔다. 자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갑자기 ‘흑’ 하며 낮은 소리로 울기 시작하더니 한 참 흐느껴 울었다. 세수하러 나가는 아들을 힘껏 안아 주었다. 아이는 더 크게 소리 내서 울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이런 게 중학교 생활이야. 마음에 안 들어.”라며 울먹였다.




그날 이후 부부간의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아이들도 눈치를 보는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씩 내어놓았다. 살아가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이 10할 중 9할을 차지하는 것 같다. 잠깐의 행복과 기쁨을 잡으려고 해도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처럼 슬픔이 왔다. 지금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가끔 온다.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며 나아지고 있다는 말에 기운이 난다. 첫째 아이도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서로의 속내를 나누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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