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맘 Jan 20. 2021

더 나가지 못하는 나의 펜.


 
 

요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갈급증과 이렇게 까지 해서 뭐하지 하는 허무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사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저 내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직업을 갖고 싶기도 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변호하는 일을 하고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내게 기쁨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이 수시로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만큼 금전적으로 보상해줄 곳도 찾기 어려워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지, 경제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참아야지 하며 자위하고 있다. 

하루하루 집과 직장을 오가며, 반쯤 열린 사무실 공간에서 타자를 두드리며 문서를 정리하며 그렇게 시간을 죽이며 살다 보니 어느덧 마흔 중반에 서 있다. 


한때는 나도 모르게 중얼중얼거리다 급기야 욕까지 한 적도 있다. 쓰레기통 용량을 꽉 채어 밀어 넣다 솟아오는 봉우리처럼 그렇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평생 가 본 적이 없는 교회에서 하느님을 찾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강좌를 듣고 급기야는 한 번도 손에 든 적 없는 시집까지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나를 곧추세우고 채워주지 못했다. 새벽마다 어김없이 눈이 떠지고 나도 모르게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새벽에 지인 이 준 ‘시바타 도요’라는 일본 할머니가 쓴 시집을 읽다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각과 통찰력을 보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특별한 사람이 쓰는 글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르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힘이 있었다. 


그 날부터 메모지에 나의 느낌과 감정들을 작게나마 써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창피하고 유치했지만 지나고 보면 나의 감정의 흐름과 생각의 패턴을 읽을 수 있어서 머릿속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항상 그 선 위에서 맴돌고 있다. 더 깊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안에서 켜켜이 쌓여 있는 상념과 편견들이 더 나가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다. 어디서 이런 느낌을 정리해서 더 앞발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요즘 내 화두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에게 겨울은 살얼음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