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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an 15. 2021

엄마에게 겨울은 살얼음판,

 - 나에겐 빙판 놀이터였다.-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되고 있다는 소식이 아니라도 며칠 전부터 방콕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도 함께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사소한 몸동작이나 생활습관때문에 말다툼이 일어나곤 한다. 창문을 열면 파격세일 전단을 보고 앞에 줄 서다 들어가는 아주머님들의 몸동작처럼 겨울바람이 온 집안을 휘감고 간다. 그나마 밖의 세상을 알 수 있는 감각의 기운이라 반갑기도 하다. 


혼자있는 시간은 없지만, 홀로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말이다. 그러다 보니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맞아, 이런 감정이 있었지" 인정하기도 하고, "어머, 이런 감정이 왜 들어와 안았을까"하는 당혹감도 있다. 가수 크래커의 "그런 날"을 들으면서 책을 읽다 보면, 저 구석진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아지랑이 때문에 어지러울 때가 있다.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데, 깊숙하게 자리잡은 감정 말이다. 언제가는 형체를 들어내며 봐달라고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문득 어릴 적 한 방에서 형제들 과 한 이불 밑에서 몸을 부대끼며,  귤을 까먹은 기억이 난다.  무슨 이야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연신 웃고 떠들었다. 연탄불이 사그라질 것 같으면, 오빠가 일어나서 연탄을 갈거나, 언니가 갈려 나갔다. 아직도 방 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기를 기억하고 있다. 한 번도 불이 꺼진 기억이 없으니, 오빠와 언니가 얼마나 충실하게 임무를 완수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는 눈 쌓여 미끄러운 경사로를 오르락 내르락 출퇴근해야 하는 살얼음판이었지만, 우리에는 마대자루를 펼쳐 미끄럼을 탈수 있었던 놀이터였다. 한 겨울 독에서 익은 김치를 꺼내야 하는 엄마의 손은 냉골이었지만, 화로불에서 익어가는 군고마를 잡은 우리 손은 따뜻했다. 마당에 소복하게 쌓인 눈은 엄마에게는 아이들 낙상사고라는 위험으로 인식되었지만 우리에게는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축복이었다. 한 참 눈싸움하고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치워야 하는 엄마에겐 가사노동이었지만, 우리에겐 빨래비누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는 깔끔한 옷을 입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쌀 독에 쌀이 비워갈 때 쯤 엄마의 한 숨이 들렸지만, 우리는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기회라면 마냥 좋아했다.                                               

                                                                                                                                                           

지나고 보니 겨울은 엄마에겐 조심 조심 걸어가야 할 살얼음판이었지만, 우리게는 신나는 빙판 놀이터였다. 삶의 무게가 다르니 보는 풍경도 다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때 나에겐 겨울 소소한 풍경하나 하나가 천연색이었다. 지금 그 때 기억을 다시 꺼내 보니 무채색으로 보인다. 흑백 필름으로 영상이 펼쳐진 모습이다. 거기에는 기쁨, 슬픔, 절망, 희망 등이 녹아서  감정없이 그대로 보일 뿐이다. 



지금 이 시간은 천연 색깔로 펼쳐지지만 지나고 보면 흑백의 영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천연 색깔에 현혹되어 일희일비하지 않으련다. 그대로의 모습 그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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