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국 남자'라는 유튜브를 보다가, 영국 사람들이 믹스커피를 맛보고,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커피 마냥 신기해하며, 맛있다고 연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특허청에서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 발명품 5위가 바로 커피 믹스라고 한다. 단연 1위는 한글이고, 2위는 거북선, 3위는 금속활자, 4위는 온돌 순이었다.
커피믹스는 1976년에 동서식품에서 '프리마'가 탄생한 후,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1901년에 한 박사가 물을 부어 녹는 커피를 발견한 후 1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 한국의 경우 6.25 전쟁 이후 보급되었다고 한다. '프리마' 개발로 쓴맛의 커피에서 달달 구리 커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자외선과, 수분, 산소를 침입 막기 위해 개발된 포장지도 대중화에 한 몫한 것은 물론이다.
작년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취미활동으로 '커피가루로 거품 만들기'를 했다. 약간 따뜻한 물과 설탕 그리고 가루커피를 넣고 거품기로 수백 번을 저었다. 1차 성공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려니 '이렇게 가성비가 떨어지는 활동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핸드믹서로 돌렸다. 역시 연갈색의 거품이 올라오는 순간의 희열 때문인지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달고나'까지 만들어 먹어 봤다. 가루커피와 설탕이 없어지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때 살이 2kg 정도 찐 건 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직장 생활하면서 늘 손이 갔던 음료는 커피였다. 식사를 하고 누군가가 커피를 사준다고 하거나, 내가 사 먹을 때, 몸을 생각하면 레몬차나 얼그레이 차 등을 시켜야 했으나, 주문할 때는 오로지'커피'였다. 레몬차나 얼그레이 차 등을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페라테'와 같은 라테 종류나 '카푸치노'를 시켜 먹었다. 그러고 나서도 오후 2시나 3시가 넘어가면 커피믹스를 한잔 먹어야 당이 충전되면서 위로가 되는 건 습관 탓인지, 문화적인 이미지 때문이지 포기하기 힘들었다.
오늘도 커피믹스를 탔다. 먹으면서 커피 믹스 상단을 딸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딸 때 조심스럽게 따는 것이 아니라 일말의 가책도 없이 한꺼번에 푹 찢는 나의 손동작이 너무 날래서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이나, 사용하는 재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아래와 같이 끄적끄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