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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Dec 24. 2020

다만 내 마음이 작아 수고스러울 뿐이다.

- 작아도 겉과 속이 같다 -



                                                          오늘 사온 귤 먹기 전과 후 




마트에 진열된 귤 상자 중에 가장 작은 귤 상자에 적힌 문구를 보고 중간 크기의 귤 상자를 고르다 말고, 작은 귤 상자를 선택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무지 달아요”라고 적혀 있었다. ‘설마’하다가 ‘혹시나’하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귤 크기가 생각보다 작다. 거기선 작다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막상 먹으려고 껍질을 벗겨보니, 여간 수고스럽지 않다. 게다가 껍질이 얇아 손가락에 힘을 주다 보니 속 알갱이에 흠집도 생긴다. 훌훌 잘 까지는 귤껍질에 익숙한 나로서는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참 조심스럽게 벗겨서 먹어보니, 맛은 생각보다 달다. 두 번째 먹기는 망설이게 된다. 순간 2호 손가락 근육운동 시키기 딱 좋은 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귤 까면서 손가락이나 손목 근육 운동시키는 셈 치자고 생각하니 왠지 귤 상자에 들어있는 귤이 교육용 도구로 보이기 시작했다. 

“2호야, 엄마 귤 먹고 싶은데, 네가 까주는 귤을 먹고 싶어. 해줄래”

“그럼요. 제가 하나 까드릴게요”

아이가 손을 잡더니, “엄마, 이거 엄청 작아서 잘 안 까져요”

연신 손에서 이리저리 봐가며 까다 말고, 

“엄마, 손톱이 없어서인지 까기 너무 힘들어요. 그냥 엄마가 까 드세요”라며

벗기다 만 귤을 나에게 다시 건네준다. 

하는 수 없이 내 손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다음 번에는 중간 이상 크기가 되는 귤만 골라오리라고 마음먹고, 저 상자 속에 있는 귤은 내가 다 까서 먹어야 하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그냥 첫 번째로 고른 상자를 가져와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맛난 것을 먹으려고 하는 습성에 젖다 보니, 귤 하나하나의 생김새와 빛깔 그리고 냄새를 세세하게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귤 먹다 말고, 종이 위에 귤 하나를 놓고 스케치를 해보았다. 내가 그린 스케치 위에 귤은 결코 크기가 작지 않았다. 내 마음이 작아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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