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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an 02. 2021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야기  만들기 (1)

- 마지막 도시락을 만드는 여자의 심리 -


2015년 서대문구 이진아도서관에서 열린 "도전, 영상작가! 전방위 스토리텔링"강좌에서 배운 기법 중에 하나로 풀어쓴 글을 자료집에서 발견하고 여기다 풀어놓는다. 몇 수업시간마다 과제가 주어졌고, 그중에 하나가 브레인스토밍으로 글을 써보라는 것이었다.

-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제시한 14가지 단어 -


총 14가지 단어를 이야기에 다 담아야 하는 미션이었다. A4 1장 -2장 분량으로 써오라는 주문이었는데, 막상 이 단어로 글을 풀어가려다, 중간에 포기하고, 이 단어들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마인드맵으로 구성해서 풀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이야기이다.


2015년 8월 강원도 설악면 신천리 산 언덕 주변으로 전원주택이 드물게 보인다.

아침 바람이 부는 언덕 위로 해가 떠오른다.

햇빛이 언덕을 비추면 단연 유리로 만든 집이 눈에 번쩍이며 들어온다.



그 집 어디선가 "에잇"하는 외마디 소리가 들린다. 값비싼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고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중년 부인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식칼을 들고 내리치고 있다. 붉은색 타일로 도배된 주방과 대조되어 식칼의 번쩍임이 강렬하다. 짙은 다홍빛 입술을 꽉 다물고 웃음기가 없는 새하얀 얼굴에선 살기마저 느껴진다.

도마 위엔 싱싱한 생선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있는 힘껏 몸부림을 치며 움직이고 있다.


생선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부인은 며칠 후 유학길에 오를 전처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생선요리를 해달라는 요청에 마지못해 하고 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악!"소리를 지르자, 원목 침대에서 잠들어 있던 남편이 허겁지겁 뛰어나와 부인의 표정을 보더니, 바로 칼을 받아 칼질을 한다.


아침 식사시간이 되자, 그녀의 요리 6인용 식탁 위에 근사하게 차려진다. 이윽고 시아버지, 큰아들(송강민), 둘째 아들 (송민수), 셋째 딸(송민지) 그리고 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기분 좋은 수다로 시작하지만 이내 어색한 침묵으로 이어진다. 간간이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없으면, 유령들이 와서 먹고 가는 자리라고 할 정도로 고요하다. 자기가 낳은 둘째 아들과 셋째 딸도 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싫어한다. 다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다. 특별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이들 사이에서는 냉소의 미소로 받아들인다.


"어머님" 대신 "저기요"라고 이야기하는 전처 아들도 밉지만, 무슨 요구사항이 있으면 남편을 통해 자기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못 마땅하다. 그래서 화가 날 때도 많지만, 최대한 교양 있는 척이라도 해야지 나중에 체면이 설 것 같아서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늘 가슴에 고구마 한 개가 걸려 있는 느낌이다. 언제쯤 폭탄처럼 느껴지는 큰 아들과 떨어져 살 수 있을까 하며 그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국내에서 공부하겠다는 큰 아들이 유학길에 오르기로 했다. 그것도 5년이다. 그동안 볼 수 없으니, 생각만 해도 최고급 커피 향기를 맡은 것처럼 행복해진다. 시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큰 아들이다 보니, 자신의 사소한 언행이 혹 꼬투리가 되어 시아버님 귀에 들어갈까 봐 조심했는데, 이젠 해방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몸과 마음이 나른해질 정도이다. 아들 집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 성품 덕분에 시집살이는 하지 않는다. 단지 전처 아들만이 나를 어머니로 대우하지 않고 무시하는 행동에 화가 날 뿐이다.


식탁을 치우고 나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가져 본다. 1시간 후에 근처 전원주택에서 사는 신 사장 부인과 주변 공방 구경할 겸 산책 가기로 하였다.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완벽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려고 하는 차에, 남편이 부른다. 큰 아들이 오후에 여자 친구랑 피크닉 가기로 했는데, 도시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갑자기 분노가 머리 끝으로 올라와 내 몸을 공중으로 던져 버리는 느낌이다. 여자 친구와 마지막 식사인데, 예전에 먹어본 내 도시락이 가장 맛있었다며 칭찬했다는 것이다. 특별히 마지막 요청이니 해달라는 남편의 말이 더 얄밉다. 누가 보지 않았으면,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다. 순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가 참지. 한 번 참으면 100년이 편하다고하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종이학 모양의 장식도 넣고 꽃도 넣어서 도시락을 만들어 주었다.



그 도시락을 만들고 나니, 곧 떠날 아들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져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내 행복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 아이가 돌아올 5년 동안 확실하게 저절로 "어머님"이라고 부르도록 주변정리를 해 놓을 생각이다.




mission) 14가지 단어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라. 아마 색다른 스토리가 다시 글을 쓰게 만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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