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맘 Jan 03. 2021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야기 만들기 (2)

- 방어할 수 없으면 공격이 최선이다. -


같은 단어로 다르게 만들어 본 이야기다. 이 단어를 가지고 몇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구상할 때 마다 식칼과 폭탄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긴장감을 느끼면서 이면의 무엇인가를 상상하게 된다.



2021년 1월 1일 첫날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제주도 송악산 "바람부는 언덕"위에 유리로 만든 집이 세워졌다. 환경단체에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벌가 왕회장이 자신의 뜻을 굳히지 않고 결국 해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잔나 장이라는 여성 세프가 초청되어 요리가 만들어졌다. 국내 일인자라고 하는 역술인이 왕회장에게 무병장수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방은 붉은색으로 해야 한다는 말에,  붉은색 계열의 재질로 만들어진 주방에서 그녀의 요리 쉴 새 틈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장세프의 금빛으로 번쩍이는 식칼에서는 무엇이든지 싹둑 잘려나가고, 다른 요리사들은 그의 손동작에 맞추어 연일 움직이고 있다.


바닷가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유리천장에 매달린 종이학 모양의 풍경이 일제히 울린다. 땡그랑, 땡그랑 소리가 연달아 울리는 가운데, 잔잔한 클래식 연주가 이어진다. 세계 3대 커피인 루왁 커피의 진한 향기가 유리 집 가득 메우고도 근처 주택가까지 실려올 정도이다


거실 연회장을 지나면 왕회장 개인 공간이 나온다. 6인용 식탁에는 특별 손님들이 주로 초대받는다. 그 공간을 지나면 왕회장의 침실이 나온다. 온통 사방이 원목으로 만들어진 고가구로 채워져 있다. 특히 왕회장이 사랑하는 가구는 1,000년 된 소나무로 만든 원목 침대이다. 여기에서 자면 도솔천에서 내려온 신선이 되는 것처럼 하얀 구름 위에서 자는 느낌마저 든다. 이 또한 역술인이 목기운이 부족한 왕회장의 사주를 보고 조언해준 그림대로이다.


연회장에서는 기분 좋은 수다 이어지고 있다. 진주 목걸이 장식으로 치장한 왕회장의 내연녀는 안주인 눈을 피해 왕회장에게 눈웃음을 던지고 있다. 왕회장이 가는 동선마다 내연녀의 끈적한 눈빛이 따라간다. 이를 못마땅한 눈길로 쳐다보는 이가 있다. 왕회장 부인은 우아한 미소를 보이고 있으나, 눈에서는 살기마저 느낄 정도로 매섭다. 그러다 어차피 내연녀는 내일 이 세상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측은하기도 해서, 절로 힘 준 눈이 풀린다. 오늘이 그녀의 마지막 식사 셈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해도 참아 주려고 한다.

연회가 무르익을 무렵, 소포 하나가 배달되었다. 왕회장 부인 이름으로 배달된 소포이다 그 소포는 부인 침실 화장대 위에 놓여 있다.


다들 돌아갔다. 파티가 있었는지도 의문일 만큼 빠르게 정리되었다. 왕회장은 중국 계약건으로 출장을 가고 없다. 부인은 시중드는 사람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파티 때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이 남은 음식들은 도시락통에 하나씩 넣어서 인근 복지시설에 가져다 줄 예정이다. 드디어 정리를 마치고 편안한 차림으로 화장대 위에 앉았다. 그리고 소포를 풀기 시작했다. 소포 위에는 남편의 이름이 적혀있다. 사실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 별거 상태라, 선물을 직접 주었으면 더 어색했을 것이다. 낼 자기 생일인 것을 알고 축하해주기 위해 남편이 보낸 거라고 생각하고 약간 상된 얼굴로 풀기 시작한다. 고급스러운 자개 상자가 보인다. 뚜껑을 여는 순간 "팡"하는 폭탄 소리가 울린다.

얼마 후 '119 구조대'의 응급 사이렌 소리가 사방 인근까지 울려 퍼졌다.


그 시각 비행기 안에서 내연녀의 야릇한 미소가 창가에 비추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야기 만들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