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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an 06. 2021

살아내며 글을 쓰는 소방관이  던지는 질문

-당신의 삶에는 사람과 사랑이 있습니까? -

최근 필사 공부모임을 통해 김강윤 소방관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14년 동안 화재진압, 구조, 구급 등의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구조 반장인 그는  전 해군 특수부대 UDT부사관으로 복무한 적이 있으며, 스쿠버 강사 트레이너이기도 하다. 수중동굴 탐험가이기도 하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며, 글을 쓴다. 며칠 후면 그가 쓴 책이 출간된다고 한다. 요즘은 그림도 그린다고 한다. 이는 사람을 살려내는 소방관이라는 일을 중심에 놓고 실의에 빠져 삶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불의의 사고로 그리고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동료들을 위로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소명으로 하는 활동이다.  그는 아침마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라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처럼 그는 그렇게 매일 사명감을 갖고 출동한다.

Jürgen Sieber  @pixabay

                

예기치 않게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화재가 나서 죽기도 하고, 오늘까지 무사했는데 내일 아침 심장마비로 죽는가 하면, 인도로 걸어가다 갑자기 돌진하는 차에 치여 죽기도 한다. 순간순간 다양한 죽음을 경험한다. 그래서 죽음에 무덤덤하다.  한 때는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죽는 거 매 한 가지라 생각하고 막가자는 심정도 있었다.  때로는 동료가 죽기도 하고, 트라우마로 자살하기도 하고, 육종암이라는 병으로 죽기도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처절하게 애쓴 것 밖에 없는데 그들에게 돌아오는 대가가 너무 가혹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분노에 가득 차서, 그 분노를 풀 때가 없으니 가족에게 풀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가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끊었다. 그것도 한 번에 말이다.  "술을 마실 땐 내가 제일 괴롭고 제일 힘든 것 같았으나,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이 보였다."그래서 독하게 끊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이었다. 그의 삶에는 가족, 주변 동료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살아내며,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사이렌 소리에 벌떡 일어나 구조하러 간다.

 

Jürgen Sieber  @pixabay

삶 속에서 죽음을 얼마나 목격하는 가?, 지금 죽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가? 사고 현장에는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 늘 참혹한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독거노인 등 고독 사하는 분들 집 문을 열면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그리고 벽에 까만 파리 떼가 까맣게 칠한 것처럼 붙어 있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끔찍한가? 아름다운 죽음이란 아마 죽음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자세로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소방관으로서 여러 현장을 목격하다 보니, 욕도 하지 못한다. 거짓말은 더 할 수 없다. 길가에 담배꽁초도 버리지 못한다. 담배꽁초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착하게 살아라. 죽을 때 좋은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미워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러니 누구를 미워하겠는가?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그러니 남 탓, 환경 탓하지 마라. 이 세상이 나에게 그저 해주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한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자기가 이루어내자는 마음으로 해보라. 그러다 보면 길은 열린다. 취업준비생을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사람으로 본다. 남이 보는 시선으로 자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자신을 보아라. 자신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극한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몰아붙이다고 한다. 그렇게 근력이 생기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 또 극한의 경험을 한 사람들의 책(예를 들어 박경철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 등)을 보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운동을 하면서 극복의 힘을 키우고 있다. 그 힘을 통해 주변 동료들을 위로하고 살아갈 힘을 주고 싶다.
                        

긴급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긴장감에 산다. 아니면 앞을 못 볼 수 도 있고,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할 수도 있고, 손이 부상당해서 움직일 수 없을 수도 있다.
당신이 지금 눈을 뜨고, 숨을 쉬고, 햇볕을 보며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손을 움직이고, 걸을 수 있다면 당신은 다 가졌다. 그러니 재벌이나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마라.
 일상의 사소한 행위 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당신들은 모를 뿐이다.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그렇게 자신만만 하지만 내일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오늘 살고 있음에 감사하라. 정말 소중한 것이다.
                            

                                     

                                 

그의 말은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현재 순간순간을 감사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불을 끄러 다니는 성직자의 말처럼 들렸다. 죽음과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역설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좀 더 편하게, 남들보다 유리하게 살고 싶어 적당주의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잘 되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자책하고 부러워하면서 시기 질투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습관들이 쌓여 불행이라는 그림자를 끌고 다니면서 요행을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그냥 당연하게 여긴 나를 돌아보며, 나의 행복 뒤에는 누군가의 처절한 희생과 배려가 있음을 느끼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나의 하루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된 하루였구나를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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