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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an 04. 2021

8살이 겪는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풍경

- 나도 잘하고 싶다 -

2018.1.14_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을 맞이하는 2호의 입장에서 써본 글을 습작 공책에서 게시판으로 올려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는 방학 끝이라며 이젠 늦잠 자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막상 제가 일찍 일어나니 다시 자도 된다고 해요. 오늘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인데 오후 2시에 학교 방문하면 된다고 유치원 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곤 엄마는 손을 흔들고 가버렸어요. 전 심심했어요. 아빠는 소파에 누워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아요. 어제 술을 드시더니 얼굴은 빨간 고구마처럼 달아 올라 코를 골고 주무시고 계세요. 형은 어제 늦게까지 레고 맞춘다고 밤을 지새우더니 인기척도 없고요.

엄마는 삶이 심심한 거라고 하지만 너무 하네요. 전 아직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특히 유튜브에는 볼 게 너무 많아요. 그런데 엄마는 보지 말라고 하시니 답답하네요. 엄마는 자주 핸드폰을 쳐다보면서 말이죠. 어른들은 말과 행동이 달라지나 봐요. 엄마는 노화되어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심심하신 거 같아요.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따분한 인생이 되면 안 되는데 말이죠.



아빠는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하고, 엄마는 야채를 먹어야 건강하다고 하세요. 그래서 어떤 때는 서로 설전을 벌여서 싸움이 길어지기도 해요.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전 맛있는데요. 아빠가 오늘은 학교에 선보이는 날이라고 이쁘게 하고 가라고 하셨어요. 어제 머리 다듬자고 하셨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용실 갈 걸 그랬어요. 형이 자기가 선배라고 안내해주겠다고 해요. 이럴 때 형이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옷을 입고 학교 정문에 가니 웬 학원차가 줄지어서 뭔가를 줘요. 사탕, 자, 줄넘기, 공책 등요. 그렇군요. 초등학교 되니 뭐 주는 게 많은 거 같아서 신나는 생활이 될 것 같은 예감이어요. 그런데 형은 귀찮은 듯 받지 않아요. 전 절대 형에게 양보 안 할 거예요. 이러다 내 것 달라고 조를게 뻔해요. 3층 강당으로 가니, 엄마 손이나 할머니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이 보여요. 저랑 동갑이라고 하는데, 어떤 아이는 덩치도 크고 눈도 매서워서 벌써부터 마음이 졸아 들여요. 아빠 손에 온 아이는 잘 보이지 않아요. 이럴 땐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안 계시는 엄마가 서운해요. 그래도 잘 이겨내야지요. 앞으로도 쭉 그러실 텐데 말이죠.


 순간 놀란 눈으로 형에게 “그러지 마, 난 싫어”하고 눈물이 났지 뭐예요. 사내가 울면 안 된다고 하시지만, 형은 자꾸 놀려요. 전 평화주의자인데 형은 자꾸 성질을 돋워 저를 울게 만들어요.

아빠가 제 시무룩한 표정을 보더니, 오늘 첫 학교생활을 위한 축하 의미로 교촌에서 라이스 치킨을 시켜주신다고 해요. 덩달아 형도 기뻐서 손가락을 치켜드네요. 치킨을 먹으면서 드는 생각은 유치원만큼 행복한 학교생활이면 좋겠어요. 전 유치원 선생님이 너무 좋거든요. 인자하시고, 제 말을 잘 들어주시고. 그런데 형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스마트하고, 행동이 빠르고 말 잘 듣는 아이를 원하는데, 너처럼 말이 많고, 행동이 느리면 싫어한다고 해요. 그게 좀 걱정이긴 해요. 어쨌든 전 형이랑 나란히 학교 가요. 벌써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학교 생활 잘할 수 있도록 형아의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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