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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an 24. 2021

나의 점액질은 무엇인가?

나에게서 나와 너에게로 향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물고기를 키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물고기 키우는 게 나에겐 쉽지 않았다. 특히 물을 갈아줄 때 수고로움이 컸다. 물을 갈고 다시 넣으려고 하면 미끌미끌해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통에 한참 시름을 한 적이 있다. 미끌미끌한 느낌이 싫어서 손으로 만지길 극구 부인했다. 이는 생선을 요리할 때 더 심했다. 비늘 있는 생선보다 비늘 없이 미끄덩거리는 생선이 손질하기가 더 거부한 기억이 있다. 숭어나 장어 등은 점액질 덩어리라 손바닥에서 밀려 나가는 느낌이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snoopdogg @Pixabay

 그런데 이 점액질이 물고기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보호막이라고 한다. 물고기의 피부에서 끈끈한 액체를 내 뿜는 데 역할이 다양하다. 점액은 물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즉 물과 마찰을 줄여준다고 한다. 또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물 속에는 기생충이 많은데 미끈거리는 피부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고 한다. 




또 상처가 났을 때 피부를 빨리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비늘이 없는 물고기들은 점액이 벗겨지면 세균에 노출되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 나간다”는 속담은 점액질이 풍부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말로 들을 수 있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사기를 잘 친다는 말이, 사기꾼에는 법 지식이 보호막이 되는 셈이다.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판단을 떠나서 말이다. 

snoopdogg @Pixabay


최근 기사에서 물고기처럼 점액질을 뿜어내는 선체를 만들어 연비를 높인다고 한다. 미끌미끌한 미꾸라지 피부의 점액질 분비 구조서 착안했다고 한다. 카이스트 연구진이 윤활류가 선체표면에 흐르도록 하는 장치를 고안해 물살의 마찰을 줄인다고 한다. 선박이 받는 전체 저항력의 60~70%가 물과 선체 사이의 마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 마찰력을 줄이면 선박의 연료 소비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연간 약 10억 톤)를 배출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기술이다. 


특히 선체 밖으로 나오는 윤활류는 아주 미세한 구멍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생물에 해줄 만한 양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겠지만, 자연의 이치를 연구해서 실생활에 응용하는 발상이 신선했다. 하긴 일론 머스크 회장도 집에 달팽이를 키운다고 한다. 달팽이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방식을 연구하면 인류는 지하 속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운행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고기도 보호막인 점액질이라는 단백질을 내뿜는다. 생존하기 위해 점액질을 내뿜는 세포를 갖고 그것을 활용하고 있다. 인간에게 점액질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있어 물고기 점액질에 해당하는 부분이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자세와 태도 말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달리 판단하는 자신감과 달리 자존감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내게 있는 세포와 같다. 하지만 자라면서 사람들의 말과 주변 환경 속에서 발현되지 않는 느낌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단히도 자지 자신을 사랑하려고 하지만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그건 외부에서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근성 때문이다. 눈은 타인을 바라보면서 안에서는 나 자신을 사랑해야지 하며 이율배반적인 생각의 습성 때문에 노력이라는 단어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된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자자기 스스로 발견하고 자기가 키워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크게 발현될 수 있음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으나, 지금 순간에도 남과 비교하고, 자기 자신을 어제와 나와 비교하면서 후회와 자책을 하는 것을 보면 자존감이라는 점액질을 뿜어내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내가 자신에게 준 상처와 평가로 만들어진 진물이 곪아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다. 자존감이라는 점액질이 없는 부모는 자기 아이들에게도 점액질이 적절하게 분비되도록 자극을 주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 아이의 점액질 분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고 보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바로 나이다. 갖고 태어났음에도 활용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나에게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snoopdogg @Pixabay

집에 키우고 있는 달팽이도 끈끈한 점액질을 내뿜으면서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자문해본다. 그런 달팽이에게서 배우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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