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맘 Feb 02. 2021

짐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마다 수준이 다르다.

- 나는 어떤 숙제를 풀고 있는 가? -

 예전에 설악산 봉정암을 가다 보면 어쩌다 지게를 짊어지고 오르는 사람을 마주친 적이 있다. 땀을 흠뻑 적시면서 가쁜 숨을 쉬기도 했다. 중간에 잠깐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다가 곧장 계단을 오르기도 시작했다. 자신의 몸보다 1.5배 크기의 짐을 싣고 계단을 쉼 없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방외 거사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루에 한 번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4~5번, 많게는 10번까지 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보다 부처님의 가피가 얼마나 많이 내렸을까 하는 부러움이 약간 들기도 했다. 내 눈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으로서의 지게꾼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신력의 승리로 보였다.


Richard Mcall@Pixabay



우연히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씨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는 말한다. 남의 짐을 지다 보니 결국 그 짐은 내 짐이 되었다고 말이다. 배운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어 선택하게 된 것이 지게꾼의 삶이었다. 주변에서 여자분을 소개했는데, 정신 지체 2급 장애인이었다. 평생 옆에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소개해 준 여자인데, 보는 순간 자신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결혼했다고 한다. 그 여자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심한 정신 지체 장애아이라서 키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기가 일을 하러 가면 아내는 아이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강릉 한 시설에 맡기고 오는 길에 자기 편하자고 아이를 맡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시 데리고 가는 길에 용달차에 과자 20만 원어치를 싣고 가서, 아이들에게 주니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지게꾼으로 번 돈은 자기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전액 사용하고, 생활은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살았다고 한다. 가진 것이 적다고 남들과 비교하며 불평하는 우리의 삶과 다른 모습에서 겸허하게 숙이게 된다.

gonghuimin468@Pixabay


그는 40년 동안 설악산을 어떤 심정으로 올랐을까? 어떤 날은 10번까지 올라야 하는 그 힘든 상황에서 말이다.

더구나 남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 삶에서 비껴가지 않고

혹처럼 달린 아내와 아이를 가진 심정은 어땠을까?


그만한 정성과 노력이면 부처님도 감동하시고 가피를 내리지 않았을까?

그런데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평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땀 흘려 번 돈을 다 기부했을까?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모아, 자신의 삶을 위해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보통 우리를 주변을 둘러보면 지게꾼 임기종 씨 삶은 우리네 삶과 다르다.

그는 자신의 짐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기에 아내를 거부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삶은 자연의 사람인데, 그도 자연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이분의 삶을 보면서 주변에 온전함이 아닌 완벽성을 향해 가는 삶들을 보게 된다.

좋은 직장, 권세와 권능이 있는 남편, 부를 가진 친정과 시댁 그리고 다 장성한 아이들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그네들에게는 어느 결점 하나가 못 견딜 정도로 큰가 보다.

내 눈에는 그 결점은 결점이 아님에도 크게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샤넬과 루이뷔통 브랜드 위에 에르메스 브랜드 버킨 가방을 가지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네들이 호소하는 괴로움을 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얼마나 고통이 없었으면, 그 정도로 고통에 신음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람마다 오르는 산의 높이가 달랐다. 같은 산을 동시에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이도가 다르고, 위치가 다르고 산세 지형이 달랐다. 온갖 꽃과 식물로 만발한 동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죽어가는 나무 하나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설악산처럼 산세가 험한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죽어가는 나무는 수도 없으며, 비틀어져 쓰러져 가는 나무도 그냥 나무일 것이다. 오늘 순간을 살아가는 것조차도 자연의 힘에 맡길 수밖에 없기에 겸손할 수밖에 없으리라. 산행 중에 비가 올지, 바람이 세게 불지, 눈이 내릴지, 폭풍우가 올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자연의 힘에 맡기고 기다림을 몸에 배게 했을 것이다.



고난도의 삶을 여정으로 선택한 그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정말 잘 해내셨으니깐 말이다. 그의 땀은 지금도 설악산 바위에, 계단에, 나무에 새겨져 오가는 사람들에게 전설이 될 것이다. 그의 지게에 짊어진 짐은 짐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르게 하기 위한 수행의 선물이었다.


나는 어떤 난이도의 숙제를 받아 삶 속에서 풀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순할수록 맛을 내기 힘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