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듬어 보니 1년 지난 것처럼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지나간다. 누구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이 밥이 되고, 음악이 되며, 돈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심지어 치유도 된다고 하니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봄 손님 같다. 하지만 내 가슴은 시베리아 찬 공기가 남에서 올라오는 더운 공기를 밀어내고 안방 차지를 한 이후 살얼음 같은 나날을 보냈다.
남편하고 더는 보고 싶지 않도록 정이 나갈 정도로 싸우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내 삶에 과연 자식이 무슨 소용이겠는 가라며 남처럼 대하기도 했다. 시댁 어른에게는 내 대접의 부당함을 알리며 성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딱 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서라도 떼어내는 심정으로 있는 기운을 몰아 드래곤볼을 날렸다. 시댁 어른의 눈동자가 올챙이 알에서 타조 알처럼 커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후에 어르신의 이야기에 따르면 내 눈동자의 초점이 없었다고 한다. 가끔 혼이 나간다고 하던데 되감기로 보면 딱 그 지점일 것 같다.
그렇게 내 등 짝을 갈기며 한바탕 소동이 지나갔다. 인생에는 에누리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맞다. 큰 태풍에 바닥으로 쓰러진 갈대처럼 어쩔 수 없이 나를 내려놓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이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달거리가 2주간 지속되었다.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 많은 피가 있나 싶을 정도로 겁도 났다. 지난번 검사에서 이 증세가 계속 반복되면 호르몬 치료를 하자고 한 의사의 말도 떠올랐다. 대신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며, 잘 쉬면서 몸을 돌보라고 했었다.
새벽에 일어나 무엇인가라도 하던 나는 눈 감고 침대와 한 몸으로 오전 10시를 훌쩍 넘겨 일어났다. 아이들이 배고파 하소연하면 냉장고와 냉동고에 있는 재료 하나를 가지고 2가지를 만들어 내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했다. 외며느리로 추석이나 설날에 전을 16가지(배추전, 부추전, 호박전, 가지전, 양송이전, 고기든 갯잎전, 동그랑땡, 더덕전, 고기육전, 동태전, 가지미전, 녹두전, 홍합전, 새우전, 연근전)나 만들어 내야 했기에, 웬만한 음식에는 눈 깜짝하지 않지만, 몸이 이런 지경이고 보니 한 가지도 버거웠다. 아이들도 엄마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았는지 군말 없이 먹었다. 가끔 결핍은 아이들을 성숙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둘째가 시키지 않아도 문제집을 풀고, 자기 옷을 개기도 하고, 필사도 한다. 그렇게 목청 높이며 하라고 애원해도 엄마가 딱해서 청을 들어주는 왕처럼 그렇게 행동하던 아이가 스스로 했다.
누군가가 뒹굴뒹굴 쉬면서 다른 생각을 잊고 좋은 생각만 하길 당부했다. 하지만 어릴 때 자라면서 경험한 실패와 부정적인 경험들이 무의식 저변에서 뱀처럼 똬리를 틀다, 내 몸이 허약해질 때마다 고개를 쳐들고 위협한다. 아마 그래서인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NLP(Neuro Linguistic Program)와 감정코칭에 관련된 책들이었다. 스스로 무의식 속에 쌓인 부정적인 언어 프로그램을 변경해서 행동수정까지 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음을 자각했다. 아직 모르겠다. 얼마나 더 진전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감정의 파도가 몰아치면 꾸준히 하던 일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그 습관을 고쳐보는 계기를 한 번이라도 성공시키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