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영화를보고 -
둘째가 학교에서 ‘왕따’ 예방 프로그램으로 원더라는 영화를 봤는데, 좋다며 같이 보자고 한다.
넥플릭스에서 원더라는 영화를 보는 내내 둘째는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해준다.
사실 아이가 보자고 했지만, 영화처럼 시간이 소요되는 작품에 할애할 만큼 이젠 흥미가 없었다. 시나리오 쓰겠다고 한동안 열심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분석한 적도 있는데, 이 영화도 영웅 서사구조가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유전자 변이로 태어난 아이. 27번 수술을 받고 엄마와 아빠의 헌신적인 사랑과 포기하지 않는 용기로 초등 5학년에 입학한다. 4살 때 소원으로 남동생을 원했던 누나는 아픈 동생 대신 내색하지 않고 기다리며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아이로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이 이상한 모습을 보고 놀리고 피하는 과정에서 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러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장점은 어기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나 비아, 친구 잭 그리고 누나의 친구 미란다의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주변부들도 중심부와 강력하게 연결하여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어기’를 놀리는 아이는 부잣집 아이다. 학교에 기부를 많이 할 만큼 이사회에서 발언권도 세다. ‘나 같으면 자살할 거다’라고 할 정도로 ‘어기’를 놀린다. 내심 어기라는 친구 중심으로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함께 즐기는 것을 보고 끼고 싶었으나, 말하지 못하다. 역으로 계속 놀려대는 쪽지를 보내 상처를 준다. ‘어기’를 심하게 놀리고 나서, 부모와 함께 나타난다. 교장이 ‘어기’만 지워진 사진을 꺼낸다. 그러자 아들이 아니라 엄마가 ‘어기’라는 아이를 지웠노라고 한다. 집에 오면 다른 친구들이 ‘어기’라는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중심 화제가 되는 게 싫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임을 이야기한다. 교장이 벌로 수학여행을 갈 수 없다고 하자, ‘이딴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아요’라며 가버린다. 막상 그렇게 말한 부모와는 달리 아이는 마지막으로 교장에게 ‘정말 죄송해요’라는 말로 사과를 한다. 왕따 하는 아이 뒤에는 비뚤어진 부모가, 자본주의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부모가 있음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것은 큰 저택에서 나름 풍족한 환경을 가진 어기가 인내심과 지혜를 가진 부모를 만났다는 것이 영웅식 서사구조에서 벗어난다. 불우한 가정에서 말도 안 되는 부모가 아니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수용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아버지는 유머를 가지면서, 남의 말을 경청하고 상처 받지 않게 의사소통하는 사람이다. 저런 아빠를 만난 아이는 절대 안 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의 남편과 비교하게 만든다. 남자들은 이런 남편이 되어 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사실 ‘어기’가 27번 성형수술을 받았음에도 살아있는 건 기적이다. 미라클(miracle), 기적이라는 단어 대신 원더(wonder), 경이로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삶은 기적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벅찬 순간인지 모르겠다. 기적은 외부 조물주의 은총과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원더는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느끼겠다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보는 내내 힘이 들어가거나 극적인 변화 없이 잔잔한 호숫가의 물결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영화였다. 그러고 보니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에 주어진 사건들과 경험이 가슴으로 느껴지고 남는다면 그게 바로 원더이다.
이렇게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