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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Mar 24. 2021

작심삼일 여러 번, 그래도 이어진다.

-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

내 성격은 좋게 보면 확실하게 맡은 일은 해낸다는 것이다. 반면에 능력에 반해 책임감은 강해서 어떤 일이 주어지면 과도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신경을 곧 세우며, 한 방향으로 보는 단점이 있다. 주변을 잘 보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은 “어머, 재 혼자 다 하는 것처럼 하네”라며 매서운 눈초리를 보인다. 그걸 인식하지 못한 나는 '주변 사람들이 왜 이리 몸을 사리지' 하면서 그네들의 안일함과 나태함을 비난하게 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스스로 고생을 자초하는 타입이다. 그래서인지 얼마 가지 못해 기동력이 떨어지고 재미가 반감되면서 용두사미의 대표 격이 된다. 그래서 초반 부에 내 마음으로 100%로 전념하거나 결과가 나오지 못하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달아날 생각부터 한다. 그 결과 모임을 탈퇴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 버린다. 혈기 왕성한 시절에는 그렇게 해도 손해 보는 일이 없고 오히려 잔가지를 쳐낸 정원수처럼 말끔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난 바보였다. 오히려 묵직하게 소걸음처럼 가도, 아니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도, 그렇게 가는 사람이 결국에는 깊은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다이아몬드처럼 그렇게 빛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경우 순간순간의 짧은 판단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속 빈 강정처럼 그렇게 포장한 빈 상자였다.


오늘도 ‘탈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에 과연 내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 많아지니 모임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글쓰기 모임이 시간과 노력이 제일 많이 드는 모임이라는 생각이 드니, 오늘 작별인사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긴 세월 동안 산을 지켜온 못생긴 나무처럼 나도 그렇게 서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모임 방에 사람들이 풍기는 향내와 싱그러운 감수성이 지친 나를 위로해주고 안아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모임을 찾는 것도 힘들뿐더러,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어 작별인사 대신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참여하고 싶었다.


항상 뭔가를 하는 중에 새로운 시련이나 어려움이 닥치면 포기하는 습성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자문해본 적 있다. 어릴 때 아버지 없는 집안에서 자라면서 학원을 다니고 싶었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주산 가방, 피아노 가방 등을 보면서 그네들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오는 엄마를 보면 다시 그 마음은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했고, 입으로 꺼내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주산학원을 다녔다. 2개월 다니면서 선생님이 대회에 나가보라고 칭찬하셨다. 생각보다 집중력과 순발력이 좋다며 수상도 할 것 같다며 인정해주셨다. 하지만 위로 고등학생인 오빠와 언니의 등록금을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나니, 주산 학원비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엄마에게 주산이 재미없어 다니기 싫다고 거짓말을 하고 가지 않았다. 그때 주산학원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주셨다. 엄마는 한 번 더 물어보시고, 내가 단호하게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하니 더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이후에도 살아가면서 하고 싶고, 해야만 했던 일들도 엄마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워 중간에 포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며 그렇게 견뎌냈다. 그게 습관이 되었다. 중간에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바로 포기하고 돌아서는 습관 말이다.


이제야 그 습관이 어리석은 판단임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다 보면 항상 안정적인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인데, 난 늘 재정적으로나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 생각 하나를 바꾸었다. 완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함께 가기로 말이다. 작심삼일이 여러 번이라도 계속하다 보면 이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난 오늘 그렇게 가보기로 했다. 끝맺음이 어떻게 될지는 그때 가서 보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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