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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전기, 한국에서 더 잘 팔리는 이유는?

                                                                                          


해외 유명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유통업계에서 이미 전설(?)이 된 까르푸가 그랬고, 구글 역시 네이버나 카카오보다 시장 점유율이 미비한 편이다.


전동공구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거의 예외가 없는 한 전동공구 TOP 5 브랜드로 디월트, 블랙앤데커, 보쉬, 마끼다, 밀워키를 꼽는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눈에 띈다. 인터파크 아이마켓의 판매율에 따르면 전동공구 TOP 5 브랜드로 보쉬, 계양전기, 아임삭, 마끼다, 디월트를 이야기한다. 계양전기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동 드릴, 그라인더 등 가성비갑으로 전동공구 계의 현대자동차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더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구 바다를 여는 KEY, 계양(啓洋)


ⓒ계양전기(www.keyang.co.kr)


계양전기를 처음 들어 본 사람이라면, 브랜드의 국적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아니면 중국계 회사인가 생각하는데, 이 회사의 창업자 이름인 단사천을 들으면 더욱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창업자 단사천은 황해도 해주 출신 한국인이다. 18세 때 서울에 온 후 일만상회라는 이름의 재봉틀 조립회사로 사업을 시작한 후 1958년 한국제지, 1977년 계양전기를 잇따라 세웠다.


계양전기에서 ‘계양’은 열 계(啓)와 큰 바다 양(洋) 자를 더해 만든 이름이다. 브랜드가 담고 있는 의미는 깊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입을 위해 발음하기 쉽게 브랜드명을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양전기는 1977년 이후 이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브랜드 CI에서 보듯 계양과 ‘KEY’라는 단어가 함께 노출되면서 브랜드의 의미를 잘 녹여내긴 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어필하는데 쉬운 이름은 아니다. 이는 어쩌면 한국 시장에서 ‘계양전기’라는 이름으로 쌓은 브랜드 경쟁력 때문이다.



공구 B2B 시장의 선택



물론 40년 동안의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은 해외 유명 공구 브랜드와도 뒤지지 않는 성능과 서비스에 서 찾아볼 수 있다. 공구 전문 MD의 말에 따르면, 해외 브랜드의 국내 유통 시 가격 책정 기준으로 통용될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계양전기가 한국 시장에서 잘 나가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공구 B2B 시장이 가진 특징에서 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는 하나, 1~3위를 다루는 보쉬나 아임삭과 비교해도  14.4v 충전드라이버 드릴 DD-14.4-2I의 경우 137,500원인 아임삭 AD414R(이하 가격은 모두 인터파크 아이마켓 기준)과 139,700원인 보쉬 GSR14.4-2세트에 비해 1만 원 정도 저렴한 124.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인 것은 분명하지만 만약 일반 소비재 시장처럼 브랜드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공구의 경우  현장 소모품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성능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기존에 쓰던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한다. 결국 오랫동안 철저하게 한국 시장에 맞춘 서비스와  제품으로 차별점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규모 현장에 찾아가는 공구 AS는 B2B 시장을 고려한 영업 전략은 ‘계양전기’의 이름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글ㅣ 정은주 기자(jej@im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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