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한 대가 그의 손 끝에서 만들어진다
170억원(1590만달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 가격이다. 이른바 ‘스트라디바리우스’라 불리는 바이올린으로, 이탈리아 현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작품이다. 그가 나고 자란 이탈리아 크레모나에는 바이올린 제조를 배우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모여든다.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크레모나 출신의 유학파들이 바이올린 제조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현악공방을 운영 중인 김주표 제작자는 순수 국내파다. 바이올린 목재 수입부터 자르기, 다듬기, 붙이기, 칠하기, 마무리까지 전부 혼자서 한다. 그는 연주자 겸 제작자인 동생에게 바이올린 만드는 법을 배웠다. 바이올린에서 가장 중요한 나무는 독일이나 북미, 러시아 등에서 수입해온다. 바니시는 독일산 셀락 바니시와 컬러를 사용해서 은은한 색을 낸다. 바이올린 하나를 만드는데는 보통 두 달 정도 걸린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0만원 안팎으로, 시중가(500만원선)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김 제작자의 공방에 현악기 제작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직접 연주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딸에게 선물하려 만드는 아빠도 있다. 그런데 보기보다 김 선생의 강습 실력이 상당한 모양이다. 1억원 짜리 비올라를 보유한 서울대 음대 교수가 그의 수강생이 만든 비올라 소리를 듣더니 “본인(1억원 짜리) 악기보다 더 소리가 더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에게 약간의 인사치레를 더해 칭찬한 것일수도 있지만, 김주표 제작자에게는 잊지못할 순간 중 하나다. 순수예술에서는 권위를 최우선으로 친다. 어느 학교에서, 어느 교수를 사사했느냐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그런 세계에서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악기의 퀄리티는 배움보다 노력에 좌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타고난 천재도 없고, 오로지 노력만이 소리를 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현악기를 만드는 데이비드 정 역시 “현악기 제작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한다.
김주표 제작자는 시행착오를 개선해가며 조금 더 나은 소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아침마다 오케스트라 관련 공부도 한다. 요즘 눈 여겨 보고 있는 연주자가 있느냐 물으니 바이올린 신동 고소현(12) 양을 꼽는다. 소현 양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핀커스 주커만과 바이올린 협연을 했으며, 최초로 한국에 들어온 모차르트 바이올린을 처음으로 연주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김 제작자는 “언젠가 소현 양 같은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웃었다.
김주표 제작자의 현악공방에는 수공구, 전동공구, 인두기, 접착제, 바니쉬 등 바이올린 하나를 만들기 위한 모든 도구들이 모여있었다.
수제 현악기를 만들 때는 동물성 접착제인 아교를 쓴다. 현악기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앞판을 뜯어야 하는데, 화학성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완전히 붙어버려 나중에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에 구멍을 파거나 깎고 다듬는데 사용하는 PFEIL SWISS MADE 끌.
납땜용 엑소 인두기(왼쪽)과 나무를 자를 때 쓰는 피코스 만능톱.
작업대에 부착해 물체를 고정하는 스탠리 탁상 바이스.
나무를 절단할 때 사용하는 마끼다 밴드쏘(왼쪽). 한신 드릴링머신은 절삭공구를 수직으로 회전시켜 구멍을 뚫는데 쓴다.
스킬(SKIL)의 전동드릴과 디와이(DY)의 전동드라이버. 스킬은 보쉬의 하위브랜드로 가성비가 좋은 전동드릴이다. 스킬과 보쉬의 제품은 배터리도 호환된다. 디와이 전동드라이버는 단종된 모델이다.
나무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스킬의 전기대패.
글·사진ㅣ이혜원 기자(won@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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