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화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의 충격이 컸다. 단열재가 문제였다느니, 백드래프트 때문에 유리창을 깨지 못했다느니 하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은 결과론적인 얘기다.
막상 화재 사고가 나면 당황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유일하게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의 사용법조차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정도다. 화재사고와 관련해서는 평상시에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들 어렴풋이만 알고 있는 화재시 대응요령 15가지를 정리해봤다. 소방청과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화재경보기를 누르고 큰소리로 “불이야”를 외친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화재 사실을 알려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귀중품을 챙긴다고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 119 신고에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면 대피를 먼저 한다. 신고를 하느라 불이 난 실내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소화기는 불길이 번지기 전에 빠르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도구다. 작은 화재라면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화 작업을 해볼 수 있다. 소화기의 유효 방사거리는 3~4미터이므로, 위험하지 않은 범위에서 최대한 가까이 가서 써야 한다. 소화약재가 골고루 침투될 수 있도록 노즐을 흔들어가며 쏜다. 소화기는 방사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화점에 집중해서 분사해야 한다. 진압에 실패했을 때는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출입구를 등지고 사용한다.
소화전은 화재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소방설비다. 소화전함을 열면 호스가 겹겹이 쌓여있는데, 이걸 반듯하게 펴줘야만 물이 흘러 나온다. 한 사람은 호스가 꼬이지 않도록 붙잡고 나머지 한 사람이 노즐을 조준해 방사하면 된다. 소화전함 내부의 밸브를 완전히 돌려줘야 물이 나온다.
소화전은 말 그대로 물을 이용한 화재 진화 방법으로, A급화재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다. A급 화재란 목재, 종이, 섬유, 플라스틱 등 생활용품이 탔을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화재다. B급(유류), C급(전기) 화재시에는 소화전으로 불을 끌 수 없다. 특히 주방에서 식용유에 의해 발생하는 K급(Kitchen) 화재의 경우 물을 뿌리면 폭발하거나 불길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니 주변에 소화기가 있다면 소화기를 쓰자. 건물에 구비돼 있는 소화기의 대부분은 ABC소화기로 세가지 유형의 화재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옷에 불이 불었을 때의 대처 방법도 알아두자. 불을 끄겠다고 뛰거나 몸을 흔들면 불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때는 두 손으로 눈과 입을 가리고 불이 꺼질 때까지 바닥에서 뒹굴어 불을 꺼야 한다. 눈과 입을 가리는 것은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폐에 연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래에 맑은 공기가 있으므로 가장 낮은 자세로 대피하되 배를 바닥에 닿지는 않게 한다. 손수건이나 헝겊으로 코와 입을 막아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수건을 물에 적시면 더 도움이 된다.
비상시 탈출구를 안내하는 피난구유도등에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왼쪽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왼쪽으로 가면 탈출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물론 왼쪽일 수도 있다) 비상구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 뿐이니 탈출구 방향은 미리 파악해놓자.
유도등이 없고 낯선 곳이라 탈출구를 잘 모른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화재가 발생한 반대쪽, 공기가 유입되는 방향으로 탈출해야 한다.
빨리 대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타선 안 된다. 불이 났을 때는 매우 위험하다. 화재로 전원이 차단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내부가 유독가스로 가득차 대피할 수 없게 된다. 불이 나면 복도와 계단을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저층에서 불이 났다면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대피하고, 고층이라면 옥상으로 대피한 뒤 구조를 기다린다.
불이 난 건물에서 탈출할 때는 문을 닫아 바깥으로 연기가 빠져나오지 않게 한다. 바깥에 불길이 있어 탈출하지 못한다면 신고한 뒤 방안에서 구조를 기다린다. 이 때는 문틈을 옷이나 이불로 막아 연기가 유입되지 못하게 한다. 옷이나 이불을 물로 적실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영화처럼 건물에 남겨진 사람을 구하거나 놓고 온 물건을 챙길 생각은 하지 말자. 건물 내부의 상황은 처음 탈출할 때와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초기 대피할 때 빠진 사람이 없도록 잘 챙기자. 대피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은 비상시 도와줄 사람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다.
비상구는 생명문이다. 비상구 문을 잠궈놓거나 창고로 사용해 유사시 대피할 수 없도록 해선 안 된다. 아파트에선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며 비상구를 폐쇄하기도 하는데, 화재시 대피로를 차단하는 일이다.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화재에서도 2층 비상구가 막혀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평상시 생각해봄직한 일들이다. 소화기 사용방법을 알고 있다 해도 화재시에는 제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화재 현장에 출동해보면 소화기를 통째로 불길에 집어던져 놓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만약 소화기를 사용할 자신이 없다면 스프레이형이나 투척형 등 간편형 소화기를 비치해두자.
화재사고가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유독가스다. 대피시 유독가스 흡입을 막아주는 화재 대피마스크도 시중에 나와있다. 작아서 보관하기도 좋고, 착용하기도 간편한 가정용 제품도 있다. 가격은 KS 인증을 받은 제품을 기준으로 5만원 안팎이다.
글 / 이혜원 기자(won@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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