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가방과 페인트 묻은 바지, 재료에 대한 고민과 툴에 대한 애착, 그리고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일지라도 데드라인에 맞춰 완성해내는 마술같은 능력까지. 조형예술작가들은 기술직군에 종사하는 이들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여타의 작가 집단과는 다른, 예술가를 위한 기술지원팀이라고 할 수 있는 차슬아 엔터테인먼트는 예술과 기술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차슬아 엔터테인먼트의 차슬아 대표를 만나 그의 작업실 속 산업재를 들여다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개인 작업과 각종 아르바이트를 겸하고 있는 차슬아라고 한다. 차슬아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IAB 스튜디오에서도 일손을 거들고 있다. 홍대 ‘스튜디오 파이’에서 모형복제 관련 취미미술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Q 차슬아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함께 미술대학을 다녔던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만들었다. 조소과이다 보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 많았고, 각자 잘 하는 분야도 조금씩 달라 서로 도와주는 일이 많았다. 워낙 남을 도와주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재미 삼아 일단 만들었는데 홈페이지로 의뢰가 들어오더라. 공식적으로는 다섯 명이 함께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더 늘어날 때도 있다.
Q <보그 코리아> 표지를 위해 배우 유아인의 얼굴을 본뜨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실제 사람을 놓고 하는 것이다 보니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었다. 석고로 얼굴 본을 뜨면 피부가 상할 수 있어, 치과에서 치아 본 뜰 때 사용하는 알지네이트를 썼다. 물에 섞어서 사용하는 재료인데, 따뜻한 물을 쓰면 덩어리가 져서 섬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추운 공간에서 찬물을 써야 했다. 옷에 묻으면 안되니 상의를 반 정도 벗은 상태에서 차가운 알지네이트를 20분간 얹고 있어야 했다.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빨리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도 조금 정신이 없었다.
Q 래퍼 빈지노의 싱글 <어쩌라고> 앨범 커버는 얼핏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데 실리콘 및 석고 몰드제작, 우레탄 복제, 스티로폼 조각, 도색, 조화 구성 등 6명이서 만들었다고 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제작을 해야 했고, 마침 재료 부분에서 내가 조언을 해 줄 수 있어 함께 작업하던 친구들을 모아 일하게 됐다. 학기가 시작할 무렵이어서 매일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을 차에 태워 작업실로 왔다. 새벽 네다섯 시나 돼야 작업이 끝나 집에 가서 쪽잠을 자고 또 학교를 가곤 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Q 주로 사용하는 재료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
실리콘이나 우레탄 계열 재료를 만드는 스무드온(Smooth-On)이라는 미국 브랜드가 있다. 품질이 좋아 주형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이 쓴다. 그만큼 가격도 비싼 편이라 자금이 넉넉해야 쓸 수 있다. 그래서 우레탄은 을지로 대원화공 제품을 쓰고, 실리콘은 일산의 상진화성이라는 실리콘 공장에서 사서 쓰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해서 싸게 잘 해주신다. 예전에 최수앙 작가의 작업실에서 3년 정도 어시스턴트를 하며 알게 된 곳들이다.
Q 조형예술가로서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나 제품이 있다면?
스컬피라는 점토는 수입이 되기는 하나 종류가 제한적이라 일본에 갈 때 구입한다. 그밖에는 한국에서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해외에 있는 작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필요한 것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한국은 청계천에만 가도 찾아보면 다 있다.
Q 공구는 주로 어디에서 구입하나?
청계천 공구상가에 나가 가격을 비교하고 무게감이나 그립감을 확인해 보고 산다. 손이 작다보니 실제 잡았을 때 크기를 확인해 보는게 중요하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공구나 재료를 파는 곳에 들른다. 한국에서 보지 못 했거나 저렴하거나 더 예쁜 (웃음) 제품을 발견하면 구입해 오곤 한다.
Q 많은 조형예술가들이 화신 다목적 가위는 꼭 하나씩 가지고 있던데.
학교 다닐 때도 많이 썼고 지금도 그렇다. 주변에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웃음) 가위 대신 쓰기도 하고 철망을 자를 때도 좋다.
Q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툴은?
조르고 졸라 선물 받은 디월트 드릴 세트를 굉장히 아낀다. 일본에서 사온 스크래퍼는 브랜드는 잘 모르겠지만 녹이 슬지 않아서 좋다. 보쉬 레이저 거리 측정기, 타미야 금딱지 니퍼도 애착을 가지고 있는 툴이다.
글 ㅣ 구회일
공고 나온 삼촌과 미대 나온 삼촌이 계십니다. 두 분의 작업실이 무척 흡사하다는 건 과연 우연일 뿐일까요. 미학이나 평론이 아닌 산업재의 관점에서 예술의 세계를 염탐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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