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으로 향하기
우리 모두는 살아가며 자신만의 자서전을 써 내려간다.
그 자서전에는 수많은 삶의 경험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살며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한 두 가지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정체성 연구자 맥아담스(McAdams)에 따르면, 우리가 선택적으로 기억해 내는 이런 힘든 경험들은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현재의 자아가 과거를 바라보는 렌즈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특정한 기억을 떠올린 것은 그 기억이 지금의 나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아담스는 단순히 부정적 경험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는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겪을 때는 그 고통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경험을 회상하고 성찰해 볼 때 비로소 그 속에 숨겨진 가치와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구원(redemption)'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경험을 돌이켜보면 도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고, 이후 어려움에 맞서 도전할 때의 자양분이 되었다. 이처럼 힘들었던 기억 속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었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과거의 부정적 기억으로부터 긍정의 의미를 도출하지는 않는다. 부정적 기억은 그대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자기 발견이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맥아담스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기억에서 긍정적 의미를 도출한 사람은 행복감 등 심리적 웰빙이 높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낮았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해피엔딩'이 좋은 삶을 이루기 위한 기준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것이 소설이든 실제 이야기든, 우리 모두는 역경을 딛고 행복에 이르는 결말을 원한다. 배드 엔딩이나 열린 결말이면 무언가 찝찝하다. 시나리오의 색채가 '부정에서 긍정'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개인적으로는 구원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과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와 강인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구원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부정적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이다.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긍정적 가치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