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어야 할 장소: Ibasyo

居場所.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곳

by 김용희

일본어에는 이바쇼(居場所)라는 단어가 있다.

직역은 '있을 곳'이지만, 의역을 하자면 '내가 있어야 할 장소'를 말한다.


진로상담을 해오며 느낀 점은 진로란 '내가 편한 장소'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장소가 다를 것이다.


며칠 전, 진로상담 스터디가 있었는데 한 상담사 선생님께서 진로는 크게 보면 '인간지향형'과 '사물지향형'으로 나뉜다고 하였다. 듣고 보니 꽤 설득력이 있었다. 진로상담에서 흔히 사용하는 Holland나 Strong 검사의 경우에도 크게 보면 인간 vs. 사물 이렇게 두 개로 나누기 때문이다.


인간지향형은 타인의 성장을 돕거나(교사,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 타인을 이끌어 조직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정치인, CEO, 영업사원 등)인 반면, 사물지향형은 도구나 장비를 다루거나(엔지니어, 목수 등), 서류 작업을 하거나(회계사 등), 조사나 연구를 하는 일(연구원, 프로그래머 등)이 해당된다.

인간지향형이라면 사람들과 함께 하거나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환경이 자신에게 편안한 반면, 사물지향형은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서류 작업을 하는 등의 환경이 더 편안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지향형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을 돕는 쪽을 선호하는지 혹은 사람들을 이끌어나가거나 설득하는 것을 선호하는지 등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예를 들면,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는 박사과정에 들어오기 전, 약 5년 간 무역 관련 업무를 했었다. 서류 작업은 할만했지만, 문제는 영업이었다. 내향적인 성격에 수줍음도 많이 타서 거래처를 새로 뚫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거래처에 방문한다고 전화를 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을 하며 느꼈던 것은 영업은 정말 나랑 안 맞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일이 끝나면 같이 회식을 가서 술을 마시고 하는 환경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쉽게 찾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편안한 장소가 드러나는 듯하다.

어쩌면 내가 상담과 연구를 하며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이전의 다른 일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다른 경험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면 이 행복은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MZ 세대에서 공무원을 하다가 많이 그만두는 이유도 어쩌면 '편안한 장소'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21세기의 진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예측할 수 없기에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있어 일하는 장소가 내게 편안한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적응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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