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화장대: 오늘도 붉은 립스틱을 바르신다.

엄마의 모든 날들.-세 번째 날

by 태을

“이 팩 좋은 거래 너 써”

“이 크림 내 것 살 때 샀다 써봐 좋데”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딸이 못난이가 되어 갈까 봐 엄마는 애를 쓰신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에 적응된 가려진 얼굴에 화장을 하고 다닌 지 까마득하다. 누굴 만나더라도 얼굴을 드러낼 일이 없으니 편리한 마스크의 모습 이대로가 익숙해진 지 오래다.


엄마 늘 곱게 화장을 하신다. 우리처럼 철저하게 순서를 지키며 하시는 것도 아니다. 대충의 기초 제품을 거기에 또 대충의 색조를 덮으신다. 그게 끝이다. 그리고 사실 화장을 꼼꼼하게 지우시지도 않으신다.


“엄마, 화장은 지우는 게 중요해”

“괜찮아, 그래도 너보다 피부는 내가 더 좋아”


사실 맞는 말이다. 20대부터 좋다는 화장품 챙겨 바르고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워가며 보존(?)해온 내 피부보다 엄마 피부가 더 깨끗하다. 아니 곱다.


평생을 뾰루지 한번 없이 하얀 피부를 유지하고 사시는 게 그저 신기하고 불공평했다. 엄마는 가끔 피곤하시면 화장하신 채로 주무시기도 하는데 모공도 없으시다. 이러니 불공평하다고 투덜 되지 않겠는가.


엄마의 아주 오래된 화장대 위에는 당신의 세월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주름진 모습으로 거울과 마주하는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자에서 할머니가 되셨어도 엄마의 화장대는 아직 요란하다. 분 냄새가 나고 꽃냄새가 난다.


그 시절 세련되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집오신 천사같이 고운 우리 엄마. 소녀처럼 수줍었을 그 고운 눈동자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다. 오늘도 화장대 거울 속 어여뻤을 당신을 담으시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딸과 팩을 붙이자 하신다.


“딸 이뻐지자”



오늘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