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박찬일 거리'가 생겼다.
서울시의회에서 조선일보미술관을 지나
할리스까지 이어지는 일방통행길인데
박찬일 셰프의 가게가 최근
둘이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무국적 술집을 표방하는 '광화문몽로'와
맑은 돼지국밥, 냉면 등을 내는 '광화문국밥'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두 자리 모두
식당들이 판판이 망해나갔던 곳이다.
처음 '광화문몽로'가 들어섰을 때
나는 이 집도 머잖아 '망한 집' 리스트에
오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가지도 않았다.
어느날 약속이 있어 찾았다가
주인장이 자기 이름을 내건
'박찬일식 닭튀김'을 한 입 먹고
이 집이 간단치 않은 가게임을 알게됐다.
한 입 베어물면
부드러운 속살의 촉촉함과
입 밖으로 새어나올 것 같은 육즙의 흥건함이 입 안 가득 느껴진다.
대표메뉴인 닭튀김으로 한동안
'1일1닭'을 실천했다.
점심에 치킨먹는 호사를 며칠째 누리면서
'크아 성공이 별거 아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광화문몽로'로
인근 직장인들을 조용히 끌어 모으더니
박 셰프는 근처 주차장 안쪽
깊숙한 곳에 '광화문국밥' 집을 냈다.
꽤나 자신감이 느껴지는 위치선정이다.
단출한 외관에 푸근한 마음을 안고 들어서면
단호한 가격표가 뒷통수를 친다.
'어이- 이건 컨셉이여'
박찬일 셰프는 가게를 열 때쯤 경향신문 기명칼럼에 유독 '국밥' 글을 많이 쓰셨더랬다. 지방 5일장에서 오순도순 앉아먹던 '공동체 음식' 국밥!
하지만 지금 광화문국밥은 뿔테 안경에 잘 다린 와이셔츠 입은 회사원이 한 그릇에 8000원 내고 국밥을 음미하는 공간이 됐다.
연남동의 기사식당 골목 돼지국밥집을 사랑하는 나는 광화문 국밥의 청아하게 맑은 국물이 낯설었지만 맛에는 이내 곧 빠져들었다.
같이 갔던 사람들 열이면 열 모두 '좋다'고 하니 가봐도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수육(제육) + 평양냉면이라면
역시 '필동면옥'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맛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메밀과 전분, 고기육수와 동치미국물의 미묘한 배합 차를 구구절절 말할 수준까진 못 되지만
내 입맛에 시원하기보단 간간했고, 제육 씹는 맛도 덜했다.
최근 필동면옥에 들렀을 때
제육 2만원 + 냉면 1만원이었는데
가격도 그보다는 좀 더 나가는 편이다.
머지않은 곳에 있어 종종 들르긴하나
퇴근길 푸근한 마음으로 훌훌 내던지고 먹게 되는 그런 집은 아니다.
그래도 점심땐 11시반에 가도 줄 설 각오를 해야할만큼 최근 광화문의 '핫플레이스'다.
광화문에 들렀다면
두 집 중 한 곳은 들러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