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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l 15. 2017

광화문 직장인의 밥집, 다섯곳

광화문의 직장인으로 사는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일단 든든한 정신적 지주

'교보문고'가 있고,

점심 먹고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는 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호사다.


맛, 자존심으로 꿋꿋이 자리 지켜온

노포(老鋪)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저녁에 술 마시기 좋은 곳들도 많지만

그보다는 직장인들 배 든든히 채워주는

'밥집'들에 더 애정이 간다.


어제 먹고 오늘 먹어도

질리지않고 또 발길이 가는 곳.

그 중 5곳을 꼽았다.




1. 장호왕곱창(일명 짤라집)


상호가 '곱창집'이라고 주춤하지 말 것.


주력 메뉴는 '김치찌개'고

사실 그보다는 소 내장을 짤라서 내주는

'짤라'로 더 유명하다. 

원조집은 서소문 중앙일보 앞이지만 

맛은 큰 차이 없다.

'짤라 하나(에 소주 하나)요' 외치면

은근히 끓고있는 김치찌개 뚜껑 위에

척 하고 짤라접시를 올려준다.

소금에 찍어먹고 마늘, 쌈장을 곁들여 먹는다.


다 먹고 접시를 치우면

그새 김치찌개가 팔팔 끓고있다.

빼꼼히 솟아오른 두부는 인당 2개씩이다.

찌개가 좀 더 끓길 기다리며 두부 먼저 건져먹는다.

아 라면사리도 이때쯤 하나 시키자.


얼큰한 찌개국물과

돼지고기 몇 점을 밥공기에 넣어

싹싹 비벼 먹다보면

전날밤 숙취도 슬며시 가신다.



#장호왕곱창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지하2층


2. 안동국시


뜨끈한 국물이 필요할 때,

밥보다는 면이 땡길 때

이 곳을 찾는다.


자극적이지 않게 맑은 국물이

속 깊은 곳을 풀어준다.


밑반찬으로는

깻잎, 부추김치, 배추김치가 나오는데


깻잎 한 장, 면 위에 올

슬쩍 감싸먹는 맛의 조화가 제일이다.


광화문에 비슷한 국숫집이 여럿 있지만

(소호정, 곰국시, 김씨도마 등)

우선 국수 맛 그리고 밑반찬, 가격, 줄 서는 시간

모두 고려했을 때 이 집만한 곳이 없다.


제육, 문어에 막걸리가 단골 메뉴이고

모듬전같은 평범한 것도 좋지만

감자전, 배추전도 별미(別味)다.


#안동국시

종로구 서린동 136 무역보험공사 지하1층


3. 화목순대국


아끼지 않을 수 없는 곳,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번번이 돌아서며 아쉬워하는 곳,

화목순대국이다.


원조는 여의도지만

이 집도 광화문에선

순댓국집의 대명사처럼 통한다.



뜨끈뜨끈하게 달군 뚝배기

개인 쟁반에 내온다.

밥은 이미 말아져 있다.

(따로 달라고 하면 그렇게 내준다.)


순대, 내장이 든 '순대국',

순대만 든 '순순대국',

내장만 든 '내장탕'이 있다.


개운한 맛의 깍두기,

송송 썰어낸 고추, 파

국밥이 나오기도 전에

자꾸 젓가락을 부른다.


국물은 잡내없이 얼큰하게 속을 풀어준다.

해장하러 갔다가 기어코

소주 한 병 시키게 만드는 집이다.


#화목순대국

종로구 당주동 40


4. 풍년옥


광화문에 가끔 들르는 사람이면

골목 구석구석까지 알긴 어렵다.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는

노포 여러곳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30여년 전통의 '풍년옥'도 그 중 하나다.



광화문에는 그 유명한 '이문설농탕' '이남장'도 있지만 이 집만 찾는 사람이 내 주변엔 더 많다. 


설렁탕이 나오면

일단 소면을 훌훌 건져먹고,

뚝배기에 넉넉히 담긴 수육과 잘 토렴(밥에 국물을 여러번 부었다 따랐다하며 덥히는 것)된 국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넣는다.

구수함이 입 안에 퍼질 때 아삭한 깍두기를 뒤따라 넣고 우물거리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2000원 아끼지말고

특설렁탕을 시켜야 후회하지 않는다.


#풍년옥

종로구 당주동 17-1


5. 송백부대찌개


광화문에

프랜차이즈(X부) 부대찌개집도 있지만,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매일같이 손님들을 줄 세우며

30년 전통이 허투루 쌓인게 아님을 보여주는

'송백부대찌개'가 있다.


일단 인심이 후하다.

라면사리 무료, 공기밥 무료다.

그냥 라면박스에서 가져다 먹으면 된다.


넉넉히 든 콩나물, 햄, 김치, 삶은 콩

팔팔 끓인뒤 휘휘 저어 국물 한 술 입에 넣으면

마치 미군부대 식당에서 한 끼 얻어먹는 듯한

한 맛이 느껴진다.

(특히 햄이 맛있으니 미리 추가하는것도 좋다)



또 하나의 대표 메뉴는

모듬철판구이(4만원)다.

남자 서넛이 폭탄 마실때 주로 시켰다.

둘이 먹기엔 양이 많다.


긴 철판에 은박지를 여러겹 얹고 버터를 슬슬 녹인다. 이후 김치, 햄, 베이컨, 소세지, 스테이크, 감자, 마늘 등을 굽는다. 머스터드 소스 기반의 특제 소스에 찍어먹으면 아주 별미인데..(칼로리는 책임질수 없다. 그야말로 guilty pleasure.)


철판구이와 술로 배를 채운 뒤

부대찌개로 즉석 해장이 가능한게 장점!



#송백부대찌개

종로구 도렴동 도렴빌딩 지하 1층



광화문에 와서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없다.

한 집씩 들러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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