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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Aug 29. 2018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이 애플 특허를 무효로 만들다

특허 콘서트(김태수 저, 베이직북스, 2016) 中에서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스마트폰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Boy, have we patented it!”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술을 특허화했기에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3년 9월 26일, 독일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www.fosspatents.com)>는 스티브 잡스의 시연 때문에 독일 특허가 무효화되었다고 소개하였다. 시연 내용 중 포토 갤러리에서 ‘바운스 백 효과’를 보여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 독일 연방 특허법원이 스티브 잡스의 시연 때문에 애플 특허를 무효로 선언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허법원이 판결하더라도 바로 확정되지는 않지만, 이 사례는 특허 제도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 특허(EP 2059868)는 2007년 8월 31일에 특허 출원되었으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공개 행사는 특허출원일보다 앞선 2007년 1월 8일이었다. 이 특허는 바운스 백(bounce-back) 효과, 즉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길 때 맨 마지막 사진의 끝부분에 도달하면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되돌아가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사진이 있을 때 먼저 그 사진을 확대하고,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넘길 때, 오른쪽 끝부분이 끌려 나오다가 음영으로 표시된 후 다시 튕겨져서 오른쪽 방향으로 화면이 되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끌어당기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똑같이 해보라. 이 기술이 제시하는 것처럼 작동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허 청구항의 내용도 동일한 기술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명은 스마트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이 특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도 쟁점이 될 만큼 중요하고 유명한 것이었다. 따라서 애플의 독일 특허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허를 무효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른 원인도 아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독일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자신의 발명을 시연하거나 제품을 판매한 것 때문에 자신의 특허가 무효가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상에 널리 알렸으니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발명자나 소속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발명을 알리는 행위와 특허권을 얻는 것은 무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반대의 논리가 가능하다.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특허를 주장하지 않았으니 누구나 사용해도 된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특허권을 부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발명을 보호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대 이익과 예측 가능성을 조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발명을 공지하는 행위에 대해서 적절하게 제재를 가하면서, 동시에 일정한 예외를 두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일정한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발명을 공지하는 행위는 특허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하지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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