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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Aug 29. 2018

특허출원 전 《마법천자문》이 발행되다

특허 콘서트(김태수 저, 베이직북스, 2016) 中에서

 특허출원 전에 발명의 공지 행위가 문제 된 대표적인 한국 사례가 있다. 소위 ‘《마법천자문》 사건’이라고 한다. 발명이 책의 내용에 관한 것이어서 특허의 대상인지 그 여부가 문제 되었지만, 특허청 심사를 통과하여 한국 등록 특허 10-0592036호로 등록되었다. 《마법천자문》이라는 한자 교재에 대하여 특허등록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한 특허분쟁에서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른 선행기술에 비해 특허성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특허출원 전에 《마법천자문》이라는 책을 발행하였기 때문이다. 북이십일의 김영곤 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기술을 자기가 공지하는 게 문제 된다는 것을 아는 기업인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패소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 당시 《마법천자문》으로 1,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김영곤 사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지 행위를 예외로 인정할 것인가’이다. 한국, 일본, 미국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 행위도 특허출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은 이러한 공지 행위가 특허출원 전에 이루어지면 특허를 받을 수 없거나 특허를 받더라도 무효가 된다. 이러한 차이점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각 나라마다 특허제도를 운용하는 정책상의 이유에서 기인한다. 공지예외 주장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 행사가 미국 특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유럽(독일) 특허에는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허를 출원(신청) 하기 전에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순간, 중국과 유럽의 특허등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 나라 안에서도 어떤 공지 행위를 예외로 인정할 것인지 계속 변하고 있다. 특허를 보호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공지 행위의 유형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정한 공지 행위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다가 현재는 어떤 공지 행위라도 ‘공지예외 주장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런 역사적 변화를 잘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앞에서 언급한 ‘《마법천자문》 사건’이다.


 

《마법천자문》 사건에서 출원인은 국제전시회에 출품 및 전시 후, 6개월 내에 특허출원을 하였다. 이를 기초로 우선권을 주장하여 특허출원을 하고 30일 내에 증빙서류까지 제출하였다. 당시 특허법은 유예기간도 1년이 아닌 6개월이었다. 또한 국제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은 공지예외 주장 사유가 되었지만, 도서를 판매하는 행위는 예외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공지예외 주장 제도의 유예기간이나 특허출원할 때의 표시 및 증빙서류의 제출 모두가 법률 규정에 부합하였지만 도서 판매가 예외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등록을 무효로 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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