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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Dec 28. 2018

파리바게뜨, 디자인등록 신청 전에 제품을 판매하다

 파리바게뜨는 다음과 같은 치즈 케이크를 출시합니다. 경쟁 관계인 뚜레쥬르도 치즈 케이크를 판매하면서, 치즈 케이크를 둘러싼 디자인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디자인 분쟁에 숨어있는 디자인 제도의 원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소개된 치즈 케이크 사진(특허심판원 심결문 자료)


 파리바게뜨는 다음과 같은 ‘케이크용 포장케이스’ 디자인을 2009년 7월 9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파리크라상의 명의로 등록하였습니다.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등록디자인과 비슷해 보이는 케이크용 포장케이스를 사용하였습니다.


파리바게뜨의 등록 디자인(제30-0538358호)과 뚜레쥬르가 사용한 디자인


 여러분, 두 디자인이 비슷해 보이시나요? 어쩌면 두 회사 입장에서 비슷한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는 디자인권을 놓고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디자인이 등록되어 디자인권 분쟁이 발생하면 보통 쌍방은 이렇게 말합니다.


 디자인권자는 “당신이 사용하는 디자인은 내 디자인과 비슷하니까 나의 디자인 권리범위 안에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어려운 말로 ‘디자인 권리범위 확인심판’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은 “당신의 디자인권은 등록된 것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디자인권은 무효다’라고 반격합니다. 이를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이라고 하지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합니다. 파리바게뜨는 디자인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였고, 뚜레쥬르는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디자인 분쟁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포장케이스가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파리바게뜨의 디자인 등록 신청일은 2009년 7월 9일인데, 네이버 블로그에 다음 사진이 올라온 날은 2009년 7월 4일과 2009년 7월 6일이었습니다. 디자인 등록을 위한 신청일보다 먼저 네이버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죠.


네이버 블로그에 소개된 치즈 케이크 사진(특허심판원 심결문 자료)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새롭지 않은 디자인은 권리로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새롭지 않은 디자인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만들거나 팔지 못하도록 나에게 권리를 달라고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은 권리로 등록될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그전에 세상에 알려졌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날은 디자인이 새로운지 아닌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일이 됩니다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등록디자인이 새롭지 않은 디자인이므로 잘못 등록된 것으로 무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파리바게뜨의 등록디자인은 무효로 확정되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보면, 파리바게뜨는 디자인권을 신청하기 전에 치즈 케이크 제품을 판매하였기 때문에 디자인권이 무효로 되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창작한 디자인을 적용하여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등록된 디자인이 무효로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권이 무효가 되면 자살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권자에게는 가혹한 일입니다. 오히려 디자인을 창작해서 이를 세상에 알렸으니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세상에 알려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디자인이고 이 디자인이 권리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요?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다른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타협점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이를 세상에 알렸다면, 디자인이 새롭지는 않지만 만일 일정기간 내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다면 문제 삼지 말고 디자인권을 부여해주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을 보호할 수도 있고,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일정한 유예기간, 즉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고 디자인 등록을 신청해야 하는 기간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보통 6개월 또는 1년입니다. 한국, 일본, 미국은 1년이며, 중국은 6개월입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다면 반드시 1년 내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해야 합니다


 파리바게뜨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2009년 당시에는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을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반드시 특허청에 제출했어야 했습니다. 좀 엄격한 절차였지요. 보통 이러한 법적 절차를 모르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 특허청에 사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파리바게뜨도 동일한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때’에 반드시 디자인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제출해도 됩니다. 다만 해외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면, 국가마다 제도가 다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면 너무 복잡한 일들이 생깁니다. 할 수만 있다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십시오. 가장 마음이 편한 방법입니다.


제품을 출시하거나 디자인을 홍보하기 전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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