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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Dec 21. 2018

등록하지 않은 디자인도 보호될까

 이그니스라는 회사는 2016년 9월 식사 대체 제품(분말에 물을 섞어서 섭취하는 방식)인 ‘랩노쉬’를 출시했습니다. 엄마사랑이라는 업체가 2017년 8월부터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을 판매하자, 이그니스와 엄마사랑 양측은 모방 여부에 대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때 ‘랩노쉬’ 제품의 디자인은 등록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랩노쉬와 식사에 반하다 제품 비교(출처: 랩노쉬 홈페이지)


 이에 특허청은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이 ‘랩노쉬’의 상품 형태를 모방하였는지 조사하였습니다. 특허청은 양 상품이 용기 형태, 용기에 부착된 수축라벨 디자인, 분말 형태인 내용물 등의 개별 요소들뿐만 아니라 이들 요소가 결합된 전체 형태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고, 엄마사랑의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은 ‘랩노쉬’의 상품 형태를 모방하였다고 결론 냅니다. 2017년 12월 특허청은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중지를 포함한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립니다. 이는 특허청이 부정경쟁행위를 판단하고 시정권고라는 행정적 조치를 내린 첫 사례에 해당합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등록되어야 발생됩니다.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은 디자인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고, 랩노쉬 사례처럼 부정경쟁행위인지를 따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등록된 디자인은 디자인권으로 보호받고, 미등록 디자인은 다른 사람에게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디자인을 완성하고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디자인 등록과 미등록의 선택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어 인기를 끌면 모방 제품이 난립하게 됩니다. 선발주자는 일반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후발주자는 선발주자의 결과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립니다. 결과적으로, 선발주자가 후발주자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선발주자를 보호할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만일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보다 자금력이나 영업력이 뛰어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겠지요. 제품의 형태나 디자인은 모방이 쉬운 특징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모방 제품 또는 미투(Me-Too) 제품이 출현하는 경향은 만연해있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디자인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랩노쉬 제품 사례처럼 디자인권을 확보하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상품 형태를 모방하는 행위, 즉 데드 카피(dead copy)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때 선발주자는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좀 더 간편한 방법은 랩노쉬 제품 사례처럼 행정기관인 특허청이 판단하도록 신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분쟁 비용도 절약하면서 빠른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경쟁행위는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부정경쟁행위는 상품의 형태를 데드 카피한 정도로 동일한 디자인이어야 하며, 상품의 형태가 갖춘 후 3년이 지나지 않아야 인정됩니다. 다시 ‘똥빵’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린농부는 '똥빵'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두 디자인이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똑같은지 비슷한지 다른 것인지 굉장히 애매합니다. 특허심판원에서 김 OO 씨의 오른쪽 ‘똥빵’ 디자인은 어린농부의 왼쪽 ‘똥빵’ 디자인과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이 정도면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찌 되었든 특허심판원의 판단처럼 디자인이 '비슷'하다면 데드 카피라고 할 수 없으므로, 랩노쉬 제품 사례처럼 부정경쟁행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참신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더라도 그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변형된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데드 카피된 제품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농부의 '똥빵'과 김 OO 씨의 똥 모양 빵 디자인


 또한 ‘똥빵’은 2008년 11월부터 인사동 거리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상품 형태를 갖추어진 후 3년은 2011년 11월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 누군가 데드 카피 제품을 팔더라도 제재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 분쟁이 있었던 사례들을 보면 3년이라는 기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짧게 느껴집니다.


부정경쟁행위는 상품의 형태를 데드 카피한 정도로 동일한 디자인이어야 하며, 상품의 형태가 갖춘 후 3년이 지나지 않아야 인정됩니다


 디자인이 등록되면 비슷한 디자인에도 디자인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어린농부 ‘똥빵’ 디자인을 권리로 확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어린농부는 김 OO 씨의 똥 모양의 제품이 등록된 ‘똥빵’ 디자인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어린농부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즉 디자인권은 똑같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디자인에 대한 제품도 제재할 수 있지만, 부정경쟁행위는 데드 카피로 볼 수 있는 제품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권의 또 다른 장점은 권리가 존속하는 기간입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 등록이 신청된 날부터 20년 동안 유효하지만, 부정경쟁행위는 제품 형태가 갖춘 후 3년 동안만 유효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권은 비슷한 디자인에도 효력이 미치고, 20년 동안 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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