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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Dec 14. 2018

대한민국 디자인 역량에 프리미엄을 더하자

우리는 앞에서 토끼 귀 모양의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과 ‘똥빵’ 디자인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의 디자인 역량은 엄청난 것 같습니다. 뛰어난 역량에 이제 프리미엄을 더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시죠.


 우리에게 기술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쉽게 동등해지면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제품의 경쟁력이 됩니다. 토끼 모양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과 ‘똥빵’ 디자인 모두 그렇습니다. 디자인이 혁신의 중심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두 가지 사례는 크게 대비됩니다. 토끼 모양의 스마트폰 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반면, ‘똥빵’ 디자인은 단지 원조라는 이름만 남았습니다. 두 사례의 차이점은 제품의 경쟁력인 디자인을 권리로 주장하여 재산으로 만들었는가 여부였습니다. 


라비또와 똥빵 사례의 비교


 디자인권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시작하면 디자인권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즉 혁신적인 제품은 디자인의 모방이 뒤따르게 되고, 이러한 모방을 막기 위해 디자인권은 필수적입니다. 결국 디자인권은 우후죽순처럼 출현하는 모조품을 막아주기 때문에, 사업을 지켜주는 보호막의 역할을 합니다. 디자인 보호제도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디자인권과 사업의 관계(이미지 출처: Pixabay)


새로운 디자인이 제품화되어 사업의 결실을 맺는 순간, 디자인권과 제품은 불가분의 관계가 됩니다


 앞에서 설명한 사례를 개념화하면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혁신 시스템’이라고 불러보지요. 혁신 시스템은 창작 활동과 디자인권 그리고 사업화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린농부처럼 디자인권을 양도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은 디자인권에 의해서 보호받을 수 있고, 사업을 통한 수익은 창작활동에 다시 투입되어 디자인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라비또처럼 디자인권으로 토끼 모양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이 보호받고, 여기서 나온 수익은 머그컵, 빈백(bean bag) 소파, 유아용 의자, 케이블 홀더, 모니터 메모보드의 디자인을 창출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디자인과 혁신 시스템


 대한민국의 디자인 역량은 대단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디자인을 아무 거리낌 없이 모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독특한 디자인 제품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모조품과 저가 공세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디자인 역량에 디자인권이 결합된다면, 혁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 한국에서 사업을 보호받고 세계 진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디자인 역량이 한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디자인 역량에 프리미엄을 더하기 위해 디자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라비또가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을 활성화시키자, 많은 사람들이 동물 캐릭터 디자인을 결합한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곽미나 대표가 2010년 토끼 모양 스마트폰 케이스를 디자인 등록 신청한 후, 2010년 5건에서 2011년 100건에 이르는 디자인 등록 신청으로 이어집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은 토끼, 동물 귀, 돼지, 사람, 펭귄 등 다양한 동물 캐릭터와 결합되어 발전됩니다. 결국 혁신적인 디자인이 새로운 제품 시장을 만들어냅니다. 디자인 등록 신청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혁신적인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입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들(등록 디자인 제30-0635759호, 제30-0622373호, 제30-0635137호, 제30-0602605호, 제30-0621359호)


 디자인을 포함하는 지식재산권의 순기능으로써, 혁신적인 디자인은 또 다른 디자인을 낳게 하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라비또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권이 여러 기업에 분산되고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이로운 것은 분명합니다. 마이클 골린(Micheal A. Gollin) 교수(Driving Innovation 저자)가 이노베이션 숲(Innovation forest)이라는 이미지로 혁신의 사이클을 설명했듯이, 하나의 창작 활동이 씨앗이 되어 단지 하나의 디자인권으로 성장한다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즉 하나의 창작 활동이 성장하여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성공하면, 이 디자인으로 인하여 많은 디자인들이 탄생하고 함께 성장하며 숲을 이루게 됩니다. 이 숲 속에서 다른 창작 활동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대한민국에 조성됩니다. 다양한 성장 단계의 디자인들이 존재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발명과 브랜드들과 함께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됩니다. 결국 혁신 시스템과 울창한 지식재산 숲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이 될 것입니다.


 디자인권의 창출과 활용은 요즘 시대에 필수적입니다. 끊임없는 창작 활동과 사업화에 따른 이익의 창출 뒤에 디자인권은 보험처럼 든든한 역할을 합니다. 디자인권은 사업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이용됩니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제조와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경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디자인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은 대한민국 혁신 역량에 프리미엄을 더할 것입니다.


디자인권이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디자인권을 중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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