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붕어빵처럼 만들어지지만, 하필이면 똥 모양입니다. 똥 모양 빵이라는 점에서 아주 오묘하죠. 어른들에게는 약간의 거부감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똥 모양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합니다. 어찌 되었든 ‘똥빵’은 빵의 디자인으로는 참신하고 기발합니다.
이제 ‘똥빵’과 관련된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주식회사 쌈지는 2008년 9월 ‘똥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음과 같은 ‘빵 성형틀’에 관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등록받았습니다. 이후 쌈지는 주식회사 어린농부에 디자인권을 양도합니다. 어린농부는 2008년 11월경부터 서울 인사동 거리(일명 쌈지길)에서 ‘똥빵’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이 ‘똥빵’은 재미있는 모양 덕분인지 인사동에서 유명한 먹거리가 됩니다. 다만 ‘똥빵’의 성형틀이 아닌 ‘똥빵’ 자체는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디자인권의 양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쌈지는 디자인권을 어린농부에게 팝니다. 디자인권을 판다는 것이 좀 어색한 일이지요. 디자인권은 지식재산권 중의 하나입니다. 특허, 디자인, 상표는 일종의 재산권이며, 땅이나 아파트를 거래하는 것처럼 똑같이 사고팔 수 있습니다. 누군가 디자인을 창작하였지만 사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디자인권을 그대로 두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디자인권자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서 디자인권을 거래하면, 디자인권을 파는 사람도 수익을 얻어서 좋고 사업하는 사람도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요.
디자인권은 사고팔 수 있고 담보로도 제공할 수 있는 재산권입니다
김 OO 씨는 2009년 12월 다음과 같은 빵 모양에 대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2010년 6월에 디자인 등록을 받았습니다. 어린농부가 디자인을 등록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김 OO 씨가 디자인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어린농부는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이 똥 모양 빵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똥빵’과 모티브가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어린농부는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디자인이 등록되었더라도 잘못 등록된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이라고 부릅니다.
어린농부는 2008년 12월 네이버 블로그 등에 게재된 자신의 ‘똥빵’ 디자인과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이 비슷하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자신이 판매한 ‘똥빵’ 디자인이 이미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김 OO 씨의 디자인이 새롭지 않다고 말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린농부는 2008년 네이버 블로그 등 에는 ‘똥빵’ 사진과 함께 “똥빵 생각만 해도 으~~ 하는 느낌, 먹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지 그 오묘함을 느끼고 싶었는데”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 사실을 제출하였습니다.
어린농부는 자신의 '똥빵' 디자인이 식품(빵)에 사용하기 위한 모티브로 하기에는 꺼리는 똥 모양을 하고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참신하고 기발한 역발상적인 생각이고 특이한 디자인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디자인이 비슷하게 보이는 정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에서도 두 디자인이 약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비슷한 디자인이라고 판단하고,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을 무효로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똥 모양 빵의 디자인은 누구의 권리일까요?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이 무효가 되었더라도, 어린농부가 디자인권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똥 모양 빵에 대한 디자인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어린농부와 김 OO 씨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지고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됩니다
한편, 현재 휴게소 등에서 다음과 같은 ‘동빵’이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똥 모양 빵에 대한 김 OO 씨의 디자인권이 무효로 되었지만, 김 OO 씨는 (주)코끼리와 친구들이라는 회사를 통하여 ‘동빵’ 프랜차이즈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똥 모양 빵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빵 모양에 대한 디자인권을 확보하여 사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식재산을 경영에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참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든든한 재산으로 만들고, 디자인권을 경영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