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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Nov 23. 2018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는 애플의 디자인권이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아이폰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Boy, have we patented it!”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폰의 모든 것을 특허화했으니 모방하지 말라는 경고였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Macintosh)라는 혁신적인 컴퓨터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장을 내주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실패를 바탕으로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 장면(출처: Youtube, Steve Jobs - iPhone Introduction in 2007)


 2011년 애플은 삼성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소송에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를 1만 건 가지고 있는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니, 애플이 제정신인가? 애플은 휴대폰 기술을 개발한 적도 없다가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과연 특허가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예상대로 당연히 애플은 통신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는 없었습니다. 애플은 대부분의 부품을 삼성 등에서 조달하고, 폭스콘에 위탁하여 아이폰을 생산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생깁니다. 바로 애플은 디자인권이라는 이상한 무기를 내세웁니다. 삼성의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에 대항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여러 개의 디자인권을 전면에 내세워 공격합니다. 두 회사는 디자인권을 두고 이례적으로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다가 최근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애플이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는 애플의 디자인권이다’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애플 디자인권은 다음과 같이 둥근 모서리를 권리화했습니다. 2011년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에 대한 디자인권이 화두가 되자, 한국에 큰 충격을 줍니다.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는 제품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애플의 주장은 스마트폰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애플과 삼성은 이 디자인권을 소송의 중심에 두게 됩니다. 2015년 삼성은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이 디자인권에 대한 무효 결정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삼성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미국 특허청의 무효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디자인권은 2018년 양측의 합의 직전의 판결까지 손해배상 산정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미국 등록디자인 US D618,677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 ‘따위’가 디자인권으로 보호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치부하는 현실을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디자인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스마트폰의 형태에 디자인적 요소를 부가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오랜 고민 끝에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를 디자인했을 것입니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 이후에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와 다른 형태로 스마트폰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둥근 모서리를 작게 하거나 아예 직사각형으로 만들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형태는 소비자에게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보면,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는 디자인으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제품 자체를 표상하는 디자인을 권리화하고 사업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애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저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특허를 등록시킵니다. 예를 들면, 밀어서 잠금 해제, 바운스 백 특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어찌 보면 기술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사용자 편의성을 생각하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이 특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서 쟁점이 될 만큼 중요하였습니다.


 특허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의 순서대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특허는 바운스 백(bounce-back) 효과, 즉 스마트폰 화면에서 끝부분에 도달하면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되돌아가는 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바운스 백 특허(출처: 유럽 특허 EP 2059868)

 이러한 애플의 지식재산 전략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애플은 부품이나 완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지만, 제품에서 필수적인 아이디어, 디자인, 브랜드를 권리화하여 후발 주자에게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애플은 기술과 관련된 특허만 중시하지 않고, 디자인과 브랜드와 같은 무기를 확보하여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형성했다는 점입니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디자인권이 대기업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이미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특허권으로 무장하고 커다란 장벽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은 이러한 장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권리든 가져야 하는데, 이때 디자인권이 아주 적합합니다. 따라서 디자인권은 어쩌면 대기업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의미가 큽니다. 애플은 휴대폰 분야에서 후발 주자였으며, 이와 관련된 첨단 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의 특허권에 디자인권으로 맞선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디자인권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취득하기에 적합한 지식재산입니다


 이제 우리는 디자인권과 관련된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서, 디자인을 권리로 보호하는데 필요한 상식을 함께 이해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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