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수 변리사 Dec 07. 2018

똥 모양 빵 '똥빵', 디자인 권리는 누구의 것일까

 ‘똥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붕어빵처럼 만들어지지만, 하필이면 똥 모양입니다. 똥 모양 빵이라는 점에서 아주 오묘하죠. 어른들에게는 약간의 거부감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똥 모양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합니다. 어찌 되었든 ‘똥빵’은 빵의 디자인으로는 참신하고 기발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소개된 '똥빵' 사진(특허심판원 심결문 자료)

 이제 ‘똥빵’과 관련된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주식회사 쌈지는 2008년 9월 ‘똥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음과 같은 ‘빵 성형틀’에 관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등록받았습니다. 이후 쌈지는 주식회사 어린농부에 디자인권을 양도합니다. 어린농부는 2008년 11월경부터 서울 인사동 거리(일명 쌈지길)에서 ‘똥빵’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이 ‘똥빵’은 재미있는 모양 덕분인지 인사동에서 유명한 먹거리가 됩니다. 다만 ‘똥빵’의 성형틀이 아닌 ‘똥빵’ 자체는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등록디자인 제30-0541051호


 여기서 잠깐 디자인권의 양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쌈지는 디자인권을 어린농부에게 팝니다. 디자인권을 판다는 것이 좀 어색한 일이지요. 디자인권은 지식재산권 중의 하나입니다. 특허, 디자인, 상표는 일종의 재산권이며, 땅이나 아파트를 거래하는 것처럼 똑같이 사고팔 수 있습니다. 누군가 디자인을 창작하였지만 사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디자인권을 그대로 두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디자인권자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서 디자인권을 거래하면, 디자인권을 파는 사람도 수익을 얻어서 좋고 사업하는 사람도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요.


디자인권은 사고팔 수 있고 담보로도 제공할 수 있는 재산권입니다


 김 OO 씨는 2009년 12월 다음과 같은 빵 모양에 대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2010년 6월에 디자인 등록을 받았습니다. 어린농부가 디자인을 등록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김 OO 씨가 디자인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어린농부는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이 똥 모양 빵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똥빵’과 모티브가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어린농부는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디자인이 등록되었더라도 잘못 등록된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이라고 부릅니다.


등록디자인 제30-0565694호


 어린농부는 2008년 12월 네이버 블로그 등에 게재된 자신의 ‘똥빵’ 디자인과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이 비슷하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자신이 판매한 ‘똥빵’ 디자인이 이미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김 OO 씨의 디자인이 새롭지 않다고 말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린농부는 2008년 네이버 블로그 등 에는 ‘똥빵’ 사진과 함께 “똥빵 생각만 해도 으~~ 하는 느낌, 먹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지 그 오묘함을 느끼고 싶었는데”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 사실을 제출하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소개된 '똥빵' 사진(특허심판원 심결문 자료)

 

 어린농부는 자신의 '똥빵' 디자인이 식품(빵)에 사용하기 위한 모티브로 하기에는 꺼리는 똥 모양을 하고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참신하고 기발한 역발상적인 생각이고 특이한 디자인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디자인이 비슷하게 보이는 정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에서도 두 디자인이 약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비슷한 디자인이라고 판단하고,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을 무효로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똥 모양 빵의 디자인은 누구의 권리일까요? 김 OO 씨의 등록디자인이 무효가 되었더라도, 어린농부가 디자인권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똥 모양 빵에 대한 디자인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어린농부와 김 OO 씨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지고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됩니다


 한편, 현재 휴게소 등에서 다음과 같은 ‘동빵’이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똥 모양 빵에 대한 김 OO 씨의 디자인권이 무효로 되었지만, 김 OO 씨는 (주)코끼리와 친구들이라는 회사를 통하여 ‘동빵’ 프랜차이즈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똥 모양 빵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빵 모양에 대한 디자인권을 확보하여 사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식재산을 경영에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상표등록 제40-0851317호
등록디자인 제30-0580347호


참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든든한 재산으로 만들고, 디자인권을 경영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전 02화 라비또, 토끼 모양 디자인으로 세계를 사로잡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