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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Jan 18. 2019

루이비통, 스니커즈 디자인을 2개월 만에 등록하다

 루이비통은 2018년 봄·여름 시즌에 아치라이트 스니커즈를 출시합니다. 이 디자인은 2018년 2월 9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2018년 4월 4일 등록 결정되고, 4월 17일에 디자인이 등록됩니다. 보통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6개월이 경과했을 때 디자인 심사 결과를 받을 수 있는데, 루이비통의 디자인은 2개월 만에 등록되었습니다.


루이비통의 아치라이트 스니커즈(출처: 루이비통 홈페이지)


등록 디자인 제30-0953855호


 어떻게 하면 이렇게 빨리 디자인을 등록할 수 있을까요? 물론 너무나 유명한 루이비통이 디자인 등록을 신청했다고 빨리 등록된 것은 아닙니다. 신발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가을·겨울 시즌의 디자인이 새롭게 출시됩니다. 이렇게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유행성이 강한 제품의 디자인은 빨리 등록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라이프 사이클이 끝나고 나서, 디자인 심사와 등록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품의 디자인은 디자인 등록 신청일 전에 어떤 디자인이 있었는지 검색하고 비교하는 심사 과정을 생략합니다. 이렇게 심사하는 제품(물품)의 종류는 특허청에서 일괄적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품을 다음과 같이 31개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는 물품류는 2류, 5류, 19류뿐입니다. 즉 루이비통의 스니커즈는 2류에 속하기 때문에 2개월 만에 등록된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물품은 기존 디자인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심사를 진행하고 등록 여부를 결정합니다.


특허청 물품 분류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이 특허청에서 정하는 2류, 5류, 19류에 속하면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고 등록됩니다.


 그렇다면 3개의 분류에 속하는 물품 외의 디자인은 등록받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9~10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디자인 등록 신청일 전의 디자인을 검색하고 새로운 디자인인지와 창작성이 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이렇게 한국은 심사하는 디자인도 있고 심사하지 않는 디자인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어떤 물품에 대한 것이든 디자인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고,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디자인이 심사되지 않고 등록됩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순서에 따라 차례차례 심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순서에 상관없이 자신의 디자인을 먼저 심사해달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를 '우선심사'라고 합니다. 우선심사를 신청하면 3개월 이내에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 대기 순서를 바꾸는 새치기처럼 보이지만, 우선심사 신청은 디자인 등록 신청인의 상황 때문에 필요한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는 경우, 신속하게 심사를 받고 디자인권을 행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사업이 이미 시작되었거나 준비 중인 경우, 디자인권을 확보하여 사업에 활용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사 대기 순서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보다 빨리 디자인 심사를 받고 싶다면, 우선심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모방이 쉽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이 완료된 후에야 특허청이 디자인을 세상에 알립니다. 만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자인이 반영된 제품을 바로 판매한다면 자연스럽게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즉 디자인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이때 누군가 디자인을 모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자인이 아직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디자인을 공개해달라고 특허청에 신청한 후, 공개된 디자인을 근거로 경고장을 보낼 수 있습니다. 신발이나 구두와 같이 시즌마다 출시되는 제품의 디자인이 반복적으로 모방된다면,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서 디자인을 공개해줄 것을 특허청에 신청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제품을 판매하면서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 전에 디자인이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모방 제품이 나온다면 바로 경고장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디자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이 출시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 디자인을 비밀로 해달라고 신청해야 합니다. 디자인 등록이 되고 나면 특허청은 디자인이 등록되었음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등록된 디자인이 모방의 위험에 노출되고 경쟁 회사가 제품 개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디자인을 비밀로 해달라고 특허청에 신청하면, 디자인이 등록되더라도 등록된 디자인을 비밀로 유지해줍니다.


디자인이 세상에 빨리 공개되도록 할 것인지, 등록된 디자인을 비밀로 할 것인지는 제품의 출시 시기를 고려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모방이 쉽게 일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모방을 방지하려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심사하지 않고 등록되는 디자인, 새치기를 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심사되는 디자인, 디자인이 등록되기 전에 특허청을 통하여 공개하는 디자인, 디자인이 등록되더라도 비밀로 유지되는 디자인들이 있습니다. 각각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목표는 디자인의 모방을 막아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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