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수 변리사 Jan 11. 2019

다이슨, 한국 디자인권을 확보하지 못하다

 다이슨은 이미 널리 보급된 제품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선풍기는 130년간 날개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혁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선풍기에 날개가 없다니 정말 멋진 일입니다. 처음 제품을 보았을 때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역시 다이슨이라는 분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 만합니다.


Dyson Cool 제품(출처: 다이슨 홈페이지)

 

 다이슨은 2008년 6월 6일 영국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미국에 2008년 12월 4일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다음과 같은 디자인권을 확보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 한국에는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다이슨은 2009년 10월에 제품을 출시하고 2년 뒤에 한국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미국 등록디자인 US D602,143


 특허청에 따르면 날개 없는 선풍기가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도 전에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값싼 중국제 모조품들이 정가의 20% 정도의 가격(정품 약 40만 원, 모조품 약 8만 원)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이 출현하면 모조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저가로 판매되기 마련입니다.


 다이슨은 영국, 미국 등에는 디자인권이 있었지만, 한국에는 디자인권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한국에서 막을 수 있을까요? 디자인권은 디자인을 등록한 국가에만 효력이 있습니다. 어느 국가의 법률이 그 국가에만 미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각 나라마다 디자인 등록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놀라기도 합니다.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해외에 디자인을 등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을 등록한 국가에만 효력이 있으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해외 국가에서 디자인 등록이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디자인권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이슨은 자신의 제품 형태를 모방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라는 이유로 소를 제기하여 수입을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규정은 제품이 출시된 지 3년 동안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2009년 10월에 제품을 출시하였고 2년 뒤에 한국 시장에 진입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수입 금지 조치는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만 유효한 조치였습니다.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한 후, 해외 국가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각국의 언어와 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일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중국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중국에 먼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수도 있고 자신이 제품을 판매하여 세상에 알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중국에서 먼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디자인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등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지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주 오래전에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고 6개월 내에만 중국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그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에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즉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다만 6개월이라는 기간을 지켜야만 합니다.


한국에서 디자인 등록 신청한 후 우선권을 주장하면서 6개월 내에 해외 국가에 디자인 등록을 신청해야 합니다


 우선권을 주장해서 6개월 내에 각 국가마다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함이 있습니다. 각 국가의 언어와 제도에 맞게 디자인 등록을 별도로 신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언어로 한 번만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여러 국가에서 효력이 생기게 됩니다. 국제 디자인 등록 신청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직접 제출할 수도 있지만, 한국 특허청에 바로 제출해도 됩니다. 참으로 편리한 제도입니다.


 버버리는 다음과 같은 직물지 디자인을 국제등록하였습니다. 버버리는 국제등록 신청을 2018년 2월 9일 제출하였고, 세계지식재산기구의 국제사무국은 국제등록 신청에 대하여 형식요건을 심사한 후 ‘국제등록’을 진행합니다. 국제 등록일은 국제등록 신청일과 동일한 2018년 2월 9일이 됩니다. 국제등록 신청일이 그대로 ‘국제 등록일’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존속기간은 국제 등록일로부터 5년 후인 2023년 2월 9일입니다. 디자인권자는 5년마다 하나의 국제등록을 갱신하면서 디자인권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국제등록번호 DM/099837


 국제등록 이후에 신청인이 지정한 국가에서 심사되지만, 문제없이 심사가 통과된다면 국제등록이 그대로 유효하게 되며, 심지어 해외 국가의 대리인을 선임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정 국가에서의 심사 기간은 국제 공개일로부터 6개월 또는 12개월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디자인권의 취득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제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면 여러 국가에서 효력이 발생하는 ‘세계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 협정의 가입 국가 및 기구는 2017년 기준으로 66개이고 효력이 미치는 국가는 84개로서 가입 국가가 충분치 않은 상태입니다. 그림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2018년에는 캐나다도 가입 국가가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이 현재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요, 중국이 가입 국가가 되면 미국, 일본, 유럽과 함께 주요 소비 시장이 국제등록의 효력이 미치게 될 것입니다. 가입 국가가 확대되면 디자인의 국제등록 신청은 ‘세계 디자인권’을 확보하는 통로가 될 전망입니다.


국제 디자인 등록 가입 국가 현황(출처: WIPO, Hague yearly review 2018)


이전 07화 디자인권, 남이 가질까 봐 걱정된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