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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Mar 15. 2019

라비또, 끈질긴 소송으로 디자인을 지켜내다

 라비또의 휴대폰 케이스의 디자인은 토끼 귀와 뒷면에 붙어있는 토끼 꼬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토끼 꼬리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디자인입니다. 2010년 12월 곽미나 대표는 이 디자인을 권리화하기 위하여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지만 특허청은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는 토끼 귀와 토끼 꼬리는 하나의 디자인으로 등록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끼 귀와 토끼 꼬리는 형태적인 일체성이 없어서 별개로 디자인을 등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디자인 등록 신청 제30-2010-56915호


 이렇게 디자인 등록이 거절되면, 특허청의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허심판원에서도 거절결정이 유지된다면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이후에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특허청의 거절결정이나 디자인권의 무효 여부는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의 판단을 차례로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허심판원이 행정기관이긴 하지만 3심 구조처럼 되어 있습니다. 법원에서 판결로써 결론을 내리듯,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는 아니지만 특허심판원은 ‘심결’로써 결론을 내립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과 대법원에 차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곽미나 대표는 이 디자인이 핵심적인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특허청의 결정에 불복하여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또다시 기각되었습니다. 곽미나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거절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곽미나 대표의 디자인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토끼 귀와 토끼 꼬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디자인 전체가 토끼 형상과 유사한 일체로서 수요자로 하여금 시각을 통한 미감을 일으키게 하므로 하나의 디자인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곽미나 대표의 끈질긴 소송이 디자인 등록을 이끌어 냈고, 곽미나 대표는 핵심적인 디자인을 권리화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곽미나 대표는 제품에 적용된 디자인 외에도 다음과 같이 한쪽 귀가 꺾인 디자인을 등록합니다. 2010년 12월 토끼 귀 모양의 휴대폰 케이스 디자인을 처음으로 등록 신청하고 나서 2011년 3월 다음과 같은 디자인의 등록을 신청한 것입니다. 이렇게 변형된 디자인이 출현할 것을 예상한 듯합니다. 인기를 끄는 디자인일수록 변형된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디자인권을 확보한 것에 안심하지 말고 변형된 디자인도 등록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디자인권은 다른 사람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등록디자인 제30-0629114호


 2011년 10월 다른 사람이 다음과 같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하여 2011년 11월에 바로 등록됩니다. 어쩌면 곽미나 대표의 예상이 적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곽미나 대표는 다른 사람이 등록한 디자인권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합니다. 자신의 디자인을 지키기 위하여 이런 적극적인 자세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않으니까요.


등록디자인 제30-0622385호


 특허심판원은 곽미나 대표가 먼저 신청한 디자인과 다른 사람의 디자인권을 비교할 때, 양 디자인은 주요 창작적 모티브와 지배적인 특징이 공통되고 그로 인해 ‘한쪽은 쫑긋하게 서고 다른 쪽은 꺾인 토끼의 귀’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디자인권이 무효가 된 후 만일 무효가 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곽미나 대표의 디자인권을 침해하게 됩니다. 디자인권은 동일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디자인에도 그 효력이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곽미나 대표는 비슷한 디자인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곽미나 대표는 귀엽고 앙증맞은 토끼 모양의 휴대폰 케이스 사업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은 모방이 쉬워서 자주 모방품이 출현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시장 동향을 주시해야 합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나의 디자인권과 똑같거나 비슷한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한다면, 다른 사람이 디자인권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디자인을 등록시켰다면 곽미나 대표처럼 디자인권을 무효시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반면 다른 사람이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모방품을 제조 또는 판매한다면 디자인권 침해에 대한 경고장을 바로 보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경고장을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 판매를 중지하기 때문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디자인권이 없는 경우, 부정경쟁행위임을 주장하여 경고장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제품 형태를 모방한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이므로 이를 근거로 제품의 판매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청에도 모방품을 계속 판매한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특허청에 신고하여 빠른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창작한 디자인은 디자인권이라는 재산으로 만들어야 하며, 모방품이 발생하면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자신의 제품을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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