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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Mar 08. 2019

크록스, 못 생긴 신발 디자인의 불로 영생을 꿈꾸다

 이제까지 크록스는 신발에 대해 수십 개의 디자인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6년 크록스는 신발의 입체적인 형상을 상표권으로 등록받았습니다. 어쩌면 못 생겨 보이는 클래식 스타일의 크록스 신발은 그 입체적 형상이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충분히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발 디자인이 상표로 등록될 수 있었습니다.

상표등록 제40-1165784호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디자인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재산, 예를 들면 토지나 아파트처럼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권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이 등록된 날로부터 효력을 발휘하지만 그 존속기간은 디자인 등록을 신청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만 존속합니다. 즉, 존속기간의 시작점은 디자인 등록일이며, 종료점은 디자인 등록 신청일부터 계산하여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재산이 됩니다. 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정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디자인권자는 대대손손 그 이익을 누리고 싶고, 다른 사람들은 디자인권의 존속기간이 짧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 합의점이 디자인 신청일 후 20년입니다. 디자인 신청일로부터 20년이 지났다면 디자인권자는 그 이익을 충분히 향유했으며 그 후에는 사회에 환원해야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상표권은 상표 등록일로부터 10년간 존속하지만, 10년마다 계속 갱신할 수 있습니다. 상표권이 갱신되면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라는 상표권의 존속기간을 10년까지만 인정하고 상표권을 소멸시켜 누구나 ‘나이키’ 상표를 사용하도록 하면, ‘나이키’ 상품을 샀는데 기존에 알고 있는 상품과 전혀 다른 상품을 사게 되는 꼴이 되어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 등록 신청 후 20년간 존속하지만, 상표권은 갱신을 통하여 영구적으로 존속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시장에서 더 이상 제품을 보호할 수 없게 됩니다. 디자인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면 다른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든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크록스는 신발 디자인을 입체상표로 등록하여, 20년 동안 보호되는 디자인권이 아닌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을 확보한 셈입니다. 그야말로 크록스는 지식재산권을 통하여 기업 경쟁력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기를 바라며 불로 영생을 꿈꾼 것입니다.


 크록스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59개의 신발 디자인을 등록시켰으나, 25개의 디자인권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직 디자인권의 존속기간인 20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소멸된 것입니다. 크록스의 디자인이 등록된 후 시간이 경과한 디자인일수록 소멸된 디자인이 많습니다. 디자인을 등록할 때 등록료를 납부해야 디자인권의 효력이 비로소 발생되고, 그 후에는 매년 연차료를 납부해야 계속 디자인권이 유지됩니다. 즉 크록스의 디자인 중 25개의 디자인권에 대해서만 연차료를 납부하고 있고 나머지 디자인권은 연차료를 납부하지 않아 소멸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래 디자인들이 얼마 동안 등록이 유지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디자인권은 2006년에 등록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디자인권은 2008년 등록된 후 2011년 소멸됩니다. 세 번째 디자인권은 2008년에 등록된 후 2011년 연차료를 납부하였지만 2012년에 연차료를 납부하지 않고 소멸시킵니다. 이렇게 디자인권은 무조건 신청일로부터 20년간 존속하지 않습니다.



 디자인권이 제품에 사용되거나 사용될 가능성이 없다면 연차료를 납부하는 것은 낭비가 됩니다. 다음의 그래프는 2015년을 기준으로 유효하게 디자인권이 유지되는 비율을 등록 연도에 따라 보여줍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10년 전인 2005년에 등록된 디자인권 중 유효하게 유지되는 비율이 32%입니다. 60~70%의 디자인권은 10년 동안만 유효하게 유지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디자인권을 유지할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디자인권 유효 비율(출처: 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Indicator 2016)


디자인권은 연차료 납부 시기에 권리 유지의 필요성을 평가하면서 꾸준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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