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가 애플 특허를 무효로 만들다

by 김태수 변리사

2013년 9월 26일, 독일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www.fosspatents.com)>는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 때문에 애플의 독일 특허가 무효화되었다고 소개하였습니다. 발표 내용 중 포토 갤러리에서 ‘바운스 백 효과’를 보여준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독일 연방 특허법원이 스티브 잡스의 발표 때문에 애플 특허를 무효로 선언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발표 장면.PNG


특허법원이 판결하더라도 바로 확정되지는 않지만, 이 사례는 특허 제도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이 특허(EP 2059868)는 2007년 8월 31일에 특허를 신청하였으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공개 행사는 특허 신청일보다 앞선 2007년 1월 8일이었습니다. 이 특허는 바운스 백bounce-back 효과, 즉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길 때 맨 마지막 사진의 끝부분에 도달하면 화면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되돌아가는 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사진이 있을 때 먼저 그 사진을 확대하고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넘기면 오른쪽 끝부분이 끌려 나오다가 음영으로 표시된 후 다시 튕겨져서 오른쪽 방향으로 화면이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왼쪽 방향으로 사진을 끌어당기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특허의 내용도 동일한 기술 내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발명은 그 당시 스마트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었습니다.


바운스백 특허.PNG


이 특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에도 쟁점이 될 만큼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서 애플의 독일 특허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허를 무효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원인도 아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시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독일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발명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특허 제도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발명을 시연하거나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특허가 무효가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세상에 널리 알렸으니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발명한 사람이나 소속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발명을 알리는 행위와 특허권을 얻는 것은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반대의 논리가 가능합니다.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특허를 주장하지 않았으니 누구나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발명을 보호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대 이익과 예측 가능성을 조화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발명을 공지하는 행위에 대해서 적절하게 제재를 가하면서, 동시에 일정한 예외를 두는 것이 필요해졌습니다. 발명한 사람이나 특허권자의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예측 가능성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절충안이 있는데, 이를 ‘공지예외주장제도’라 합니다. ‘공지’란 발명이나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나라마다 상이하지만 제품의 시연 또는 논문 발표 등 공지한 날로부터 6개월 또는 1년 내에 특허를 신청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6개월 또는 1년의 기간을 유예기간grace period이라고 합니다. 공지 행위를 한 사람이나 회사도 유예기간 내에 특허를 신청하면 보호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유예기간 때문에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한국, 미국과 일본의 특허 제도는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의 특허 제도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공지예외주장의 유예기간.PNG


발명이나 기술을 세상에 알린 후 유예기간 내에 특허를 신청하면, 특허를 심사할 때 발명이 공지되었다는 이유로 특허를 거절하지 않습니다. 즉, 발명의 공지 행위는 발명의 특허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없다면 특허를 신청하기 전에 발명이 공지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발명이 새롭지 않게 된 후 특허 신청이 이루어진 꼴이 됩니다. 새롭지 않은 발명이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특허를 신청한 발명이 새로운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신규성novelty 요건이라고 부릅니다. 새롭지 않은 발명을 특허로 인정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기술을 특허로 신청해서 권리를 받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옵니다.


특허 신청 전에 자신의 발명을 세상에 알렸다면, 1년 내에 특허를 신청해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운스 백 특허는 2007년 8월 31일에 특허를 신청하였으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공개 행사는 2007년 1월 8일이었습니다. 유예기간만 따진다면 미국 특허 신청은 유예기간 내에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 유럽 특허 신청은 이 유예기간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 유예기간을 벗어났기 때문에 애플 특허는 무효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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