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리더십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24년 시즌부터 토트넘의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강하게 추진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평소에 과묵한 모습을 자주 보였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2023년의 마지막 경기였던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그동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경기 상황은 토트넘이 3-1로 본머스에 앞서고 있었으며, 경기 시간은 정규시간 90분을 넘어서 추가 시간(8분)을 소화하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토트넘의 알레호 벨리스는 경기 중에 부상을 당했으며, 토트넘은 이미 교체 카드를 모두 소비하여 부상당한 그를 교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교체 카드를 모두 소비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와 바꿀 수는 없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상당한 선수를 빨리 치료하기 위해 교체 없이 벨리스 선수를 경기에서 빼려고 했던 것이었죠.
그러나 1-3으로 경기를 리드당하고 있던 본머스의 코칭 스텝은 교체 카드가 없으면서도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인식하여 토트넘 벤치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그때 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동안 보여준 적 없었던 흥분 하며 상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팀의 리더로서 당연히 자신의 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그가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소동을 겪으면서 경기는 이변 없이 3-1 토트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경기 후 펼쳐진 인터뷰에서 기자는 평소에 과묵한 모습을 보이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흥분했던 상황의 원인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의외의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는 새해 덕담을 나눴을 뿐이다. (We were just wishing each other happy new year)"
양 팀 벤치 간의 극렬한 대치 상황을 '단지 새해 덕담을 나눴다'라는 식으로 가볍게 터치하고 넘겼던 것입니다.
저는 이번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리더십 철학과 소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오늘의 승리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팀을 생각하여 부상당한 선수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했으며, 그것을 방해하는 움직임에게는 평소와는 다른 단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팀과 구성원들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상대팀과의 극렬한 대치 상황을 가벼운 유머로 넘기는 '뒤끝 없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리더십 철학을 지키고, 상대팀과 팬들에게는 리더의 품격을 확인시켰습니다.
사실 보통의 리더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갈등 상황에서 불같이 흥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이 해소된 이후에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다른 상황에까지 부정적인 감정을 끌고 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은 리더 자신은 물론이고,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때로는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 불같은 투쟁심을 보여줄 필요도 있지만 그것은 그 상황에만 한정되어야 하며,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는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다시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단 한 번의 농담으로 팀과 구성원들을 지키고 팬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리더의 품격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