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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의 일필휘지 Jul 03. 2023

휴가지에서 깨달음을 얻다

올해 저희 가족은 평소보다 조금 빨리 하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달은 제 아들이 세 돌을 맞이하는 달이기에 겸사겸사 이른 휴가를 베트남 다낭으로 다녀왔습니다.


다낭의 날씨는 우리나라의 6월보다 훨씬 더웠습니다. 그렇지만 다낭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저렴한 물가,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등이 잘 갖춰진 휴양지로서 더운 날씨임에도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데 매우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과거 15년 전쯤 다낭에 휴가차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기억해 보면 당시의 다낭은 휴양지이지만 아직은 덜 다듬어진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해도 주변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관광하기 조금은 불편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와 다낭 여행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하더라도 "가서 고생 좀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15년 만에 방문한 다낭은 그때의 기억과는 다르게 외형적으로 크게 발전해 있었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호텔리어들은 물론이고, 택시 기사들이나 길거리의 사람들도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등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들이 아직 어린 이유로 다양한 활동보다는 휴식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I호텔은 산과 바다가 맞닿아있고 호텔 자체에 프라이빗 비치가 갖춰져있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인 휴양지였습니다.


날씨가 너무 덥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바닷가에서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호텔에서 제공하는 그물 낚시 체험을 신청했습니다. 날씨가 매우 더운 관계로 짧게 그물 낚시를 체험하고 숙소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호텔의 아웃도어 액티비티 담당자가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대화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해변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저희를 담당했던 직원은 Dong이라는 직원이었는데, 본인의 이름이 베트남 화폐 이름인 '동'과 같다면서 이름을 기억해 달라는 말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저만큼이나 매우 수다스러운(talkative) 사람이었는데, 자신도 아들을 둘을 키우고 있다면서 저희 아들과 와이프에게 매우 친절하게 이것저것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매우 능숙한 영어를 구사했고, 고마움을 표시할 때마다 "That's my job"이라면서 친절과 겸손을 갖춘 매우 훌륭한 프로페셔널이었습니다.


Dong은 어부인 아버지 밑에서 중학교까지만 졸업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어부이기에 배를 타고 뱃일을 나가시면 매번 아버지를 걱정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 중에 뱃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기에 본인은 어려서부터 뱃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Dong이 열심히 한 것은 영어공부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Dong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까진 아니어도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스스럼없이 영어로 얘기하는 실력을 갖췄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Dong은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서만 영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관광지에 오는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낭에서 함께 성장한 대다수의 친구들과 달리 호텔에 취업했고, 이제는 비가 오거나 태풍이 몰려오면 날씨를 걱정하기보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일 없이 쉬면서 월급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사실 영어를 한다는 것만으로 칭찬을 받거나 존경을 받을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Dong에게서 받은 깊은 인상은 영어 실력보다는 본인의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태도였지만, 그가 영어를 공부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들으면서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었습니다.


Dong은 다음날 친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하루를 쉬느라 저희와 만나지 못했지만, 저희가 다낭을 떠나는 마지막날까지 바닷가에서 웃는 얼굴로 저희를 환대해 주는 등 저희 가족에게는 큰 즐거움을 저 개인에게는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명백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줬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Dong의 일에 대한 열정과 능숙한 영어 실력이 그냥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본인의 도전 정신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측면에서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휴가를 직장인으로서 매너리즘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조금은 뒤숭숭한 시기를 겪던 중에 머리를 식힐 겸해서 떠났었는데, Dong과의 대화를 통해서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분발해야 한다는 깨달음과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Dong 덕분에 다낭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저에게 깨달음을 준 곳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I호텔의 직원 Dong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Dong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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