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찾은 치앙마이의 올드타운의 한 호스텔에서의 하룻밤이 지났다. 역시 내가 기억하는 대로 치앙마이에서는 아침에 새소리로 나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우리의 참새와는 뭔가 다른 새소리가 정겹게 지저귀고 있었다.
일단 씻고 나는 근처에 있는 ATM기계에 가서 당분간 사용할 현금, 그러니까 태국 바트를 뽑았다. 태국 ATM에서 인출 수수료는 220바트, 즉 우리 돈으로 약 8200원의 수수료가 나간다. 꽤 비싼 금액 아닌가. EXK 카드 빼고는 거의 모든 카드가 동일한 수수료가 나간다고 한다. 눈물을 머금고 현금을 뽑았다. 다음에는 최대한 많이 뽑아서 수수료를 절감해야겠다.
태국 쌀국수
그리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태국음식을 파는 식당인데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조용한 식당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태국 쌀국수와 타이티를 시켰다. 가격은 완전 로컬식당보다는 약간 가격이 있었지만, 그래도 저렴했고 맛도 괜찮았다. 그다음에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겼다.
숙소 근처의 식당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려는데 이런! 여권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돈을 뽑으려 갈 때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그런데 바지 뒷주머니에 없다. 앞주머니에도 없고, 나의 백팩에도 없고, 캐리어에도 보이지 않았다.
점점 얼굴이 상기되고 당황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20여 개국의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지만 여권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치앙마이 첫날에 여권이 없어지다니.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약 7분 정도 혼돈에 빠졌을까? 다행히 캐리어 짐 안에서 여권을 발견하였다. 내가 방에서 나갈 때 떨어뜨린 것 같았다. 그동안 숙소주인과 스탭은 나를 도와 방에서 여권을 함께 찾아 주었다. 머쓱하고 고마웠다. 그들은 역시 평점대로 친절하였다.
그렇게 개운한(?) 마음으로 체크아웃을 하고 그랩 택시를 불러 님만해민으로 향했다. 5년 전에 묵은 호스텔에 며칠간 방을 예약하였다. 그곳은 태국 남매가 운영하는 호스텔로 역시 친절하고 다른 호스텔에 비해 뛰어난 청결도를 자랑하였다.
님만해민의 원님만
그런데 웬 한국인이 체크인을 받는 것이 아닌가? 무뚝뚝하고 별다른 말이 없었다. 좀 어려웠지만 내가 '한국인 이세요?'라고 물으니, '네.'라고 대답만 했다.
아니, 예전의 그 태국 남매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는 그들의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을 보러 왔기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숙소는 예전과 똑같았고, 동네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자주 가던 식당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동네로 나갔다. 역시 올드타운보다 님만해민이 한국인에겐 적합한 장소였다. 길도 넓고, 깔끔하고, 단정한 식당들이 많았다. 한국인은 깔끔하지 않은가. 정돈되고 깔끔한 곳이 한국인에게 잘 맞는다.
님만해민 원님만
역시 많은 한국인들을 님만해민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일단 계획했던 대로 영어학원에 등록하러 갔다. 예전에 님만해민의 영어학원을 다녔고,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어 재미있는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