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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Apr 13. 2021

서로를 믿으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_믿음

 조카들과 함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봤다. 디즈니의 황금기였던 9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낸 나는 여전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래서 개봉한 영화는 늘 조카들과 함께, 혹은 혼자라도 꼭 챙겨본다.

 90년대 디즈니는 고전 동화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충실히 구현하며 '공주님은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이야기에 좋은 노래들을 넣어 만들었다면, 최근엔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모아나를 거치며 여성 서사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같다. 특히, 이번 작품엔 이렇다  남자 캐릭터가 없다. 악역도 조력자도 모두 여성이다. 드래곤 시수 역시 굳이 성별을 따지자면 여성이다. 영웅 서사구조에서는 조력자가  필요한데 영화에서 주인공 라야의 조력자 역시 여성 드래곤인 .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오래전 드래곤과 함께 평화롭게 살던 땅, 쿠만드라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삼켜 돌로 만들어 버리는 드룬에 의해 파괴된다. 드룬과 맞서 싸우던 최후의 다섯 드래곤은 자신들의 모든 마법을 넣은 젬을 만들어 막내 시수에게 건넨다. 시수는 젬을 통해 드룬을 물리쳐 사람들을 구했지만, 드래곤은 구하지 못하고 자신도 물속으로 사라진다. 500년 후, 젬은 심장의 땅에 있고 족장과 딸은 젬을 지키는 수호자로 살고 있다. 꼬리, 발톱, 척추, 송곳니 부족 사람들은 풍요로운 심장의 땅을 부러워하고 결국 사람들의 시기심에 젬은 5조각으로 깨진다. 몇 년 후 주인공 라야는 사라진 최후의 드래곤, 시수를 찾고 그녀와 함께 각 부족의 땅을 돌며 조각난 젬을 모은다. 마지막 젬을 찾으러 간 송곳니 땅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어릴 적 친구인 라야와 나마리로 인해 시수가 죽게 된다. 인류의 마지막 순간, 시수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라야가 용기 있게 나마리를 믿고 자신을 희생하며 돌로 변하고, 또 다른 이들의 희생과 서로의 믿음으로 하나가 된 젬은 드룬을 물리치고 드래곤들을 부활시킨다. 늘 쿠만드라를 꿈꾸던 심장의 땅 족장, 라야의 아버지도 깨어나고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땅 쿠만드라를 위해 심장의 땅으로 온다.


 여성 서사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큰 틀이라면 주제는 사람들 간의 믿음과 신뢰 회복이다.

 영화에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심장의 땅 족장, 라야의 아버지와 마지막 드래곤, 시수뿐이다. 심장의 땅 족장이자 라야의 아버지가 꿈꾸는 세상은 더 나은 세상, 쿠만드라다. 하지만 라야는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나마리를 친구로 믿고 젬을 보여줬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라야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고 음식도 자신이 말린 과일만 먹는다.

 시수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선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내가 먼저 누군가를 믿으면 그 사람도 믿음으로 답해줄 거라 믿는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다섯 드래곤 중에 마법의 힘이 가장 약한 자신을 왜 드룬을 물리칠 드래곤으로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시수는 형제자매들을 믿었고 그들도 자신을 믿었다고 말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믿음이 있는 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자신이 가진 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믿음만 가지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행동이다. 마음으로만 믿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첫 발을 내딛는, 행동을 해야만 진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 마지막에 라야가 나마리에게 젬을 건넨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행동하면 늘 행복과 기쁨만 가득하겠지만 우리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시수가 드룬에 대해 말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데, 드래곤은 이렇게 말한다.

 "드룬은 인간들의 불화로 생긴 저주지. 저들은 늘 여기에 있었어. 약점을 공격할 기회를 노리면서."

 그렇다. 사실 드룬은 처음부터 생겨난 악이 아니라 인간들로 인해 태어난 불행이다. 인간들이 욕심낼수록,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속일수록 힘이 커진다. 그래서 모든 생명을 앗아간다. 결국 더 나은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면 우리가 서로를 믿고 화합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엄청난 삶의 이치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니.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내가 이래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이번엔 킬링 넘버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정말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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