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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May 19. 2021

어린 시절 행복을 소환하는 향기

 누구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던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가족과의 여행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골목을 누비며 뛰어놀던 기억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추억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마법의 촉매제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뛰놀던 장소를 보는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어릴 때 듣던 음악일 수도 있다. 나에겐 아카시아 향기가 그렇다.

 바람결에 실려온 향기가 내 코에 닿으면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그때로 순간 이동한다. 우리 가족이 오래 살았던 아파트 바로 뒤에는 산이 있었다. 그 산에는 큰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띌 만큼 크고 오래된 나무였다. 겨우내 닫혀있던 창을 열기 시작하는 봄이 오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늘 집 안으로까지 아카시아 향이 깊숙이 들어왔다. 거실에 누워 어렴풋이 잠들어 있는 내가 숨 쉴 때마다 은은한 아카시아 향기가 섞여있다. 주방에서 들리는 엄마가 요리하는 소리, 도마에 부딪히는 착착착착하는 칼 소리, 잠든 내가 깰까 작게 소리를 줄이고 TV를 보는 아빠와 그 옆에 자리 잡은 반려견 삐삐와 몽룡이까지. 모든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이건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하고 포근한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다. 마치 영화를 보듯 아니 여전히 오감으로 느끼는 과거다.

 서울에서 살 때는 집 주변에 산과 나무가 없어서 자주 느낄 수가 없었다. 청주로 돌아오고 시골에서 살다 보니 지금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돈도 안 들고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매일 바람이 부는 어느 순간,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지내던 그때로. 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로.

 제이와 함께 산책하는 뒷산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많다. 오늘도 제이와 함께 어린 시절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러 산책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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