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치영 Jun 13. 2021

악당은 태어나는 것인가?

영화 리뷰_크루엘라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지난 1년 동안 영화관에 가질 않았는데 디즈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영화, 크루엘라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의 스핀오프 실사 영화로 캐스팅이 발표된 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디즈니, 그리고 엠마 스톤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어디선가 들어본 친숙한 음악으로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패션계에 대한 이야기답게 남작부인이나 크루엘라가 선보이는 의상이 볼만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불길로 변하는 드레스인데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으로 변신하는 모습만큼이나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실 스토리는 단순하고 어찌 보면 아주 고전적인 출생의 비밀에 대한 것이어서 살짝 실망하긴 했으나 나머지 것들이 단점을 보완해준다. 특히 두 엠마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만화 영화의 악당이 자신만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으로 변했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고전 동화는 평면적 인물이 대부분이라 착한 사람은 늘 착하고 나쁜 사람은 늘 나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악당도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입체적 인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냥 악당이 되진 않았으리라는 상상력과 어른이 돼서 바라본 악당은 그만의 슬픔과 힘겨움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치 어른이 돼서 보는 둘리의 고길동 아저씨가 그냥 나쁜 어른이 아닌 것처럼. 이번 영화의 주인공 크루엘라 역시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다른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물론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고 오히려 되갚아주곤 했지만. 엄마는 그런 그녀를 걱정하며 착한 아이가 되길 바라지만 아마 엄마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악마적 재능을. 사실 말이 악마적 재능이지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남달랐고 특별했다. 그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그녀의 악당 모습이 일찍 나타났을 뿐이다. 만약 어린 시절을 다르게 보냈다면 그녀의 기질이 다르게 발현됐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일까? 악당은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크루엘라는 보면 전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모습을 감추고 살다가 잃어버린 목걸이를 본 사건 이후로 다시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이 아니었다면 크루엘라는 과연 본모습을 감추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가장 아쉬운 점은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악당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바로 또 다른 엠마가 연기한 공작부인. 아이를 버리고 죽이려고까지 하는 그녀는 자신의 욕망만을 쫓는 인물이다. 그리고 디즈니가 악당을 죽이는 고전적인 방법, 떨어져서 죽는다. 물론 그녀의 등장이 허무맹랑한 전개가 아니었고 화려한 캐릭터라 볼거리를 많이 주긴 했지만 말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한다.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지켜야 할 가치와 버려야 할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