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살기 01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실외배변하는 대형견 키우기!!
10대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생활 계획표를 지금은 자연스레 지키며 살고 있다. 일이 없는 기간에는 아래에 나열하는 제이를 중심으로 하는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 6시 40분 : 5시부터 깨어나 슬슬 내 동태를 살피기 시작하는 제이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나를 깨운다. 앉아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는데... 일어나야 된다.
실외 배변 후 아침을 준다. 아침을 20초 컷으로 해치운 제이가 50분 정도 나를 내버려 두고 휴식을 취한다.
오전 7시 30분 : 슬슬 아침 간식을 원하는 제이가 다시 잠든 나를 내려다보며 꼬리를 친다. 정신 차리고 아침을 먹으며 사과 반쪽을 아침 간식으로 준다.
오전 8시 30분 : 오전 배변 시간, 아침 먹기 전에는 쉬만 하는 것이 보통이라 응가를 하기 위한 배변 시간이다. 다행히 빠르게 배변을 하고 집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온다.
오전 9시 20분 : 산책 시간. 나와 제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은 산책 시간. 차를 타고 집 근처 공원으로 가서 산책하기.
정오 : 집으로 돌아와 강아지 우유와 간식 주고 나도 점심 먹기.
오후 1시 - 5시 : 각자 하고 싶은 일 하기. 제이는 주로 낮잠을 자다 간식을 먹고 싶으면 일어난다.
저녁 5시 : 낮잠에서 일어난 제이가 저녁을 빨리 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한다. 나는 마당 산책을 제안하지만 늘 쉬만 얼른 하고 들어와서 밥통 앞에서 기다린다.
저녁 6시 20분 : 결국 제이의 성화에 저녁을 준다. (원래는 저녁 7시에 주지만 요즘은 이 시간이 기준이 된 듯.) 그리고 나는 저녁을 챙겨 먹는다.
저녁 8시 30분 : 설거지를 마치고 저녁 배변을 하러 나간다. 20분 정도 마당에서 놀다가 들어온다.
저녁 9시 : 슬슬 잠 잘 준비를 하는 제이. 늘 내 베개를 먼저 베고 잔다.
저녁 9시 30분 : 잠든 제이 옆에서 유튜브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제이를 꼭 안고 잠이 든다.
정말이지 건강한 하루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제이를 키우면서 온통 내 하루는 제이를 중심으로 흐른다. 하루도 심심할 날이 없다. 매일 똑같은데 매일이 행복하다.
대형견을 키우면 사실 주위 사람들 시선도 있고 신경 쓸 것이 더 많은데 그걸 모두 이길 만큼 행복함이 크다. 어릴 때부터 키우던 말티즈와 포메를 보내고 한동안 개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그 슬픔이 너무나 커서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이 바뀌었다. 마지막 슬픔 때문에 10여 년이 넘는 행복한 시간을 포기하지 말자고. 물론 지금도 가끔씩 제이가 떠나버리면 어떨까... 그 슬픔을 어떻게 할까란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아니야, 지금 이 행복함만 생각하자. 미래의 슬픔에 현재의 행복을 잠식당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일이 없어서 일적인 공백이 좀 길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제이와의 규칙적인 생활로 인한 행복함이 가득 채워지고 있다. 아... 로또 당첨돼서 일 안 하고 제이랑만 놀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