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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Mar 08. 2024

여행자가 아닌 순례자가 되다.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02

 2022년 5월 11일 : 루르드

 루르드 성지 본격 투어날. 조식을 먹고 성당으로 갔다. 어젯밤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던 대성당 내부와 외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외국 성당은 성당 자체가 작품으로 가득 찬 박물관 같다.>

 성모 마리아를 처음 만나 계시를 들었다는 절벽 아래 공간을 지나면 침수 의식을 하는 곳이 있다. 확실히 코로나라 사람이 없었다. 예전에는 몸을 담그는 의식을 행했다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손과 얼굴을 씻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초를 봉헌하는 곳으로 가서 이 여행을 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날들이 순탄하기를 기도했다.

<동굴 위에 지어진 대성당. 옆에서 보면 그 웅장함이 대단하다.>

 잠시 호텔로 돌아와 쉬고 점심을 먹었다. 매번 식사를 위해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식당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행히 엄마는 샐러드를 좋아하고 아빠는 빵만 있으면 크게 불평하지 않는 편이라 딱히 맛있진 않았지만 불만도 없었다.

 날씨가 좋아 언덕 위에 있다는 박물관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언덕 위 성에 지어진 이곳은 이곳 사람들의 풍습을 담은 민속박물관 같았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루르드 성역은 정말 거대하고 하나의 왕국 같았다. 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종교의 힘이란 대단했다. 아픈 사람을 데리고 오는 가족들, 은퇴한 어른들, 사람들로 가득 찬 관광버스들. 정말이지 전 세계 천주교인들은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았다. 순례자 여권은 순례자라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 길을 걷는 동안 나의 순례자 신분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이후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가서도 이것이 있어야 순례자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프랑스길 첫 출발지인 생장에서 받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부모님에겐 여기서부터 받는 것이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루르드에서 받기로 했다. 3권의 순례자 여권을 발급하고 첫 세요를 찍었다. 이제부터 여행자가 아닌 순례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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