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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ist Dec 26. 2020

그만 사랑해라, 빅맥

빅맥을 먹을 수 있는 오직 주말을 위해

어제 늦게까지 자지 않고 버텼다. 

왜냐하면 다음날이 쉬는 날이니까 늦게 일어나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티고 버티다 12시경 잠이 들어서 아침 10시에 겨우 일어났다. 

그리고 약을 먹고 며칠 전에 구워놓은 고구마 반 개를 먹고 <스위트홈>을 봤다. 

12시가 넘어가니 배가 무척 고팠다. 

삶아놓은 달걀 2개를 까먹고 약을 먹고 1시 조금 넘어서 씻었다. 

병원 예약이 2시 40분이었다. 

달걀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빅맥 생각이 간절했다. 

미지근하고 축 늘어진 감자튀김과 아이스커피도 먹고 싶었다. 

그러나 병원에 가야 하고 5시에는 술 약속도 있었다. 

5시 술 약속이 자꾸 걸렸다. 

3일이나 쉬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핑곗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몸에서 열이 난다고 거짓말했다. 

무척 미안했지만 약속을 미루고 싶었다. 

병원에 도착해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데 저자에게 전화가 왔다.

밖인지 목소리 주변이 어수선했다.

어쨌든 저자가 전화한 이유는 나를 꼭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슬램덩크의 캔터키 할아버지 같이 생긴 감독의 역할을 내가 했으면 좋겠단다.

그것은 결국 저자가 글을 다 쓸 때까지 정기적으로 만나 격려해 주고 으쌰 으쌰 하란 말이다.

아.

이래야 글이 한 편이 나오겠구나.

몇 번을 만나면 원고를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날 4시에 강남의 술집에서 둘이 만나기로 했다.


50분을 기다려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앉으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나 같은 인간이나 신을 유치 찬란한 양말 두 켤레가 선물이었다.

그래도 비싼 울 양말이다.

살짝 펴보더니 고맙단다.

그리고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지난번 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다.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걱정해 주었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고 같이 욕도 해 주었다.

그리고 전에 없던 강박증이 생겼다고 했다.

이게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강박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맞다.

모든 게 루틴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기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맞춰야 하고, 오늘 할 일은 오늘 꼭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번에 운영자와 싸운 이후로 회사에서의 루틴이 무너져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내가 기획한 일이고 내가 편집자인데 못해먹겠다.

운영자가 편집자를 애들 문집 내는 선생님 정도로 생각하더라.

다시 생각하니 또 열 받는다.

의사의 일상도 들어주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예약을 하고 병원을 나섰다.

광화문에 사람이 없었다. 

한쪽 길을 통제했는데 제대로 홍보를 안 한 건지 경찰과 다툼을 하는 운전자도 보였다.

버스는 달리고 맥도널드에 갈까 말까 계속 고민했다.


결국 버스에서 내려 맥도널드에 갔고 상하이 스파이시 버거 세트를 샀다.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더라.

나는 주말마다 빅맥 세트를 먹는다. 가끔 치즈 스틱도 추가해서 먹는다.

너무 맛있다.

주말마다 먹은 지 2개월 정도 됐다.

나가서 직접 사면 싼데 귀찮아서 배달시킨다.

한 번에 세트를 다 먹지 못해서 감자튀김은 점심으로 빅맥은 저녁으로 먹었다.

근데 오늘은 왜 한 번에 다 먹었지.


설사 두 번하고 <스위트 홈>을 다 보았다.

시리즈 2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원작을 볼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냥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걸로.


엄마가 오랜만에 조카들 사진을 몇 장 보냈다.

동생이랑 연락을 끊고 지내서 그런지 그렇게 이뻐 보이던 애들이 남 같더라.


9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소화가 덜 됐다.

내일은 먹는 걸 자제해야겠다.

월요일도 쉬면 좋겠다.

24일에 제작을 넘기고 퇴근을 했어야 했는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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