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외취업신기록 Jul 24. 2018

체코어: 배울까, 말까...

프라하 도착한지 벌써 5개월이 다되어 간다. 

10개국어를 하고 싶은 나이지만 체코어... 배워야 하는지, 아니 배우고 싶은지 고민이다.



손님들이 오시게 되어 나의 특기인 티라미수를 디저트로 준비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큰 수퍼마켓에서 티라미수 재료를 사러 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 

주재료중의 하나인 boudoir / savoiardi 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먼저 마스카르포네을 사고 거기에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이 과자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냐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는데 다들 '모른다.' '나 영어 못한다' '귀찮게하지 마라'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체코도착후 애용하게된 google translate을 사용해도,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케익베이스를 사서 boudoir 대신 티라미수를 만들었다.

손님들은 맛있게 드셔 주었지만, 나에게는 실패한 티라미수 였다.



남편과 따님께서 시댁으로 잠시 바캉스를 간 틈을 타서 요가를 배우러 갔다.

동작을 따라 하면 되지 했는데, 선생님이 말이 너무 많았다.

한 시간 수업이었는데 체코말을 그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들어 본 적이 없어, 오히려 머리가 아파왔다.



OECD 시절. OECD에서 근무하는 영어를 모국어로 아니면 주언어로 사용하는 외국인 동료들 중,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 동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갔다.


현지 문화에 별 관심이 없거나 현 지 사회에 굳이 융화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의 동료들 은 10년~20년 넘게 외국 생활을 하면서도 현지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한 OECD 동료는 “외국어를 배우려고 해도 상 대방이 내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나를 상대로 영어 를 연습하고 싶어 해서 기회가 없어”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 놓기도 했다. 또 다른 동료는 “프랑스에서 얼마나 살겠다고 프랑 스어를 배워?”라고 말했다. 이러한 직원들은 국제기구 안팎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또는 다른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국외 거주자 커뮤니티expatriation community 안에서 생활한다. 그들의 자녀들은 미국식 또는 영국식 국제학교에 다니며 영어로 수업을 듣는다.영어만 잘하면 국제기구에 충분히 취업할 수 있다. 전문성과 그 전문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쌓으면 제2외 국어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제2외국어에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고, 그 선택은 존 중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영어만 잘하면 국제기구에 충분히 취업할 수 있다. 하지만 제2외국어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 바람직한 자산이 된다. 언어는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 문이다. 스페인어를 하면 중남미 지역을, 불어를 하면 서아프리 카 지역을, 아랍어를 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제2외국어는 자신의 경쟁력을 높 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제2외국어는 사무실 내에서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 하는 동료들과 친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현지어는 사무실 밖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나 역시 프랑스어를 익힌 덕분에 프랑스에서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고, OECD에서는 프랑스 동료들과 함께 일할 때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배운 이탈리아어로 이탈리아 동료들과도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국제기구 나도간다' Q4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나요? 제2외국어 꼭 해야하나요? /제2외국어와 현지어 / 80-81쪽


국제기구/해외취업 희망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 영어와 제2외국어 질문.

그래서 '국제기구 나도간다'책의 한 챕터에 내 생각, 경험 그리고 조언들을 후배들을에게 나누었다.  

제2외국어는 본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 즐거운 외국 생활을 위해 배우기를 추천한다.

조판 전에는 한술 더떠서 강추한다라고 적은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막상 현지어를 하지 못하는 Expat이 되고 나니 고민이 많다. 


워킹맘인 나의 주중 내 생활 반경은 체코어가 전혀 필요없는 회사, 집, 그리고 가끔 따님 어린이집/공원/놀이터 이다. 


회사에서 80시간동안 현지어를 배울 수 있도록 보조를 해 주지만, 주중에 회사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기껏 2-3시간 이다. 그 것도 함께 저녁먹고, 따님 잠자리 준비 활동 (목욕, 양치, 잠옷, 책읽기)에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QUALITY TIME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황금같은 아침, 저녁, 주말시간을 쪼개어 체코어를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스위스에 남편과 십대 아이들을 두고, 프라하에 혼자 온 40대 후반 인도 출신 동료. 일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시작했지만, 3번 수업을 듣고 포기하고 말았다. 너무 어려워서. 한 기사에서 보니 교육을 받은 educated 미국인이 체코어 professional level 을 얻기위해 1100 시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하루 4시간씩 어학원을 55주 동안 꼬박 다녀야 얻을 수 있는 실력이다. 그래서 일까 체코인 동반자가 있는 동료들도 체코어를 유창하게 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다행히도 언어 감각이 뛰어난 우리 남편은 그 어려운 체코어를 빨리 잘 배우고 계신다. 체코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정말 만만하지 않은 언어이지만, 우리 가족이 체코에서 사는 동안 현지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남편이 희생(?)하고 있다. 



좋은 기회에 되어 체코라는 나라와 세계최대제약회사와 인연이 되었고, 체코법인의 정규직이 되었지만, 

우리가 체코에 얼마나 오래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는 체코어 언제 배울 거야?"라는 질문을 들으면 "나 체코어 전속 통역사가 두 명 (남편과 따님)있어서 체코어 안 배워도 될 것 같아."하고 답하기 시작했다.


가끔 남편과 딸이 체코어를 한 두 마디씩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와 딸의 비밀 언어가 하나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한 영국인 동료에게 이 기사에 대해 얘기 했더니, 그는 정말 진지하게 "교육 받은 미국인이 있어?" 이라고 반문을 했다. 국제기구에서는 농담이라고 특정 국적을 target하여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https://news.expats.cz/czech-language/12-thing-you-didnt-know-about-the-czech-langauge/

http://aboutworldlanguages.com/language-difficulty







매거진의 이전글 구직자가 '갑'인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