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따님은 폴란드 여행 중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조병준 선생님의 책을 읽고 천사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아주 이기적인 동기를 가지고
정확히 20년전 나는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하우스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아 가장 싼 비행기표를 사고, (당시 ANA항공을 타고, 일본, 태국 경유하고 인도에 도착했다.)
거금 7만원 짜리 카메라를 장만하고, (당시 나에게는 정말 큰 투자였다)
남은 돈을 환전하니 200달러.
chai를 먹으면 두 달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 했다.
태국에서는 식당을 겸한 가장 저렴한 한국 민박집 도미토리에서 이틀간 머물게 되었는데,
그 식당에 오신 한국 손님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함께 치과를 운영하시는 부부셨는데, 일년에 한 번 씩 병원 문을 닫고, 두 부부가 여행한다고 하셨다.
어쩌다 인도 이야기가 나오고, 알고보니 그 부들도 같은날 같은 비행기로 인도에 들어 가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 사정(?)을 알게된 부부는 자기들이 공항가는데 같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내리기 전에 작은 봉투에 70달러를 넣어 주시며, 꼭 필요한데 쓰라는 따스한 말씀도 전해 주셨다. (그 후 다시 못 뵈었는데, 혹시 인연이 된다면, 감사 인사를 전해 드리고 싶다. 1998년 12월 23일 방콕에서 델리로 비행하신 분 이 글을 읽으시면 연락 주세요 ^^)
그렇게 고마운 인연으로 시작한 인도 여행.
델리 도착해서 알고 보니 chai는 그냥 밀크티.
두달간 밀크티만 마실 수 없어 길가 바닥에 앉아 인도 순수 스트릿푸드와 인도 수도물(빠니)를 마시며 두달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막무가내로 겂이 없었다.
말라리아 약도 먹지 않고, 두달 동안 인도 수도물을 마셨으니..
As Nietzsche said,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당신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당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캘커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나는 두 달 동안 가장 어린 장기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매주 목요일은 자원봉사자들이 의무 적으로 쉬는 날이 었는데,
이유는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도 돌볼 수 있다'는 마더테레사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다. 이 교훈도 내가 그 후 삶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어느 목요일에 마더테레사 하우스에서 문둥병환자들의 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참동안 지극히 인도적인 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내리고 보니 내 카메라가 없어졌다.
정말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투자한 카메라를 도둑 맞고 나니
세상이 무너진 것 처럼 슬펐다. 그래서 정말 애기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때 내 옆에 다가와 달래준 한 자원봉사자:
마가렛.
When God takes something away from you,
he's got something MUCH better for you.
하느님이 무엇인가를 가져가실 땐, 무언가 훨씬 더 좋은 것을 주기 위해서야.
폴란드 출신의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마가렛은 그 날 내 곁에 하루 종일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 후 그녀가 머무는 기간 동안 그녀는 나의 대모 역할을 자청했고,
우리는 매일 매일 지금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가렛과 우리 따님
자원봉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우리는 계속 (편지로) 연락을 했다.
나는 그녀를 My angelic friend라고 불렀다.
그리고 4년 후 내가 프랑스에 영어 선생님으로 오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는 그녀를 "내 폴란드 엄마"라고 불렀고, 그녀는 나를 "bebe/애기"라고 불렀다.
내가 임신을 하였을 때 " 그럼 내가 할머니가 되는 거야?" 하며 기뻐한 마가렛.
그리고 마가렛과 실과 바늘같은 호노라타와도 16년간 우정을 지켜가고 있다.
호노라타 품에 안겨 잠이 들은 따님
작년 겨울 세계최대 제약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아 프라하로 이사를 결정할 즈음.
호토라타와 마가렛이 우리 가족과 또 함께 친하게 지내는 남편 고등학교 친구 가족들에게 폴란드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자고 했다.
우리는 당시 새 회사의 휴가 정책들을 알지 못해, 남편과 따님만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내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면, 나도 당연히 갔을 텐데..
당시는 계약을 하기 전이어서 정보가 없었다.)
그렇게 8명은 폴란드에서 약 2주간의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
매일 매일 20년전 캘커타의 도둑에게 감사를 전하며..
폴란드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남편, 따님 그리고 친구들.
Hind sight is always 20/20
과거 시력은 항상 2.0. 2.0
당시 큰 맘 먹고 장만한 카메라를 도둑맞지 않았다면,
마가렛과 만날 수 있었을 까?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운 우정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캘커타에서 20년전에 만났을 때,
20년 후, 내 남편과 따님이 마가렛하고 폴란드로 휴가를 갈 줄 어떻게 알 수 있었을 까?
지금도 가끔 무언가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 일이 있을 때 나는 마가렛이 해준 말을 기억한다.
더 좋은 일이 있을거야.
폴란드에서 즐기는 즐거운 휴가.
폴란드에서 즐기는 즐거운 휴가.
폴란드에서 빵 만들기 체험. 미니제빵사 자격증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