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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외취업신기록 Sep 24. 2018

글로벌 워킹맘의 한국엄마 따라잡기

프라하 한글학교 가을 소풍

"한글학교 소풍에 이정도는 준비해야 하는거 아냐?"

한글학교 같은 반 한 어머님께서 한국에 있는 동생이 보내준 메세지라며 

내게 한국 엄마들이 준비하는 도시락 사진을 전달해 주셨다.


같은 반 어머님께서 준비하신 도시락




9월 7일 따님이 한글학교에 입학했다.

프랑스에 있었다면 올해 유치원에 들어가는 해 인데,

체코에 이사 온 후 만 6세까지 다닐 수 있는 몬테소리 유치원에 입학해서, 9월에 새학교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로 다른 것을 못 느꼈는데, 9월 초 한글학교 입학식에서는 마음이 뭉클 해졌다.

'우리 따님이 벌써 이렇게 커서* 한글학교에 입학하는 구나'

*파리와 체코 한글학교 입학하려면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9월초) 만 3돌을 지나야 한다.



개학 3주 토요일, 한글 학교 가을 소풍이 열렸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점심을 각자 준비하라고 나와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짧은 대활를 하였다.


나: 소풍날 도시락 뭐싸가지?

남편: 거기에 식당있겠지.

나: 안내문에 점심 준비하라고 나와 있는데.. 피크닉할 것 같아.

남편: 그래? 그럼 내가 크레페 준비할까?

나: 갈레뜨하고 크레페? 너무 차갑지 않을까?

남편: 아니 그냥 크레페.

나: 크레페는 디저트지, 밥은 아니지.

남편: 음식 하나씩 준비해서 함께 나눠 먹는거 아냐? (pot luck의 개념)

나: 아니, 각자 자기 점심 준비하는 건데.. 뭐, 좀 나눠 먹을 수는 있겠지만..



소풍 전날 나는 마음만 설레었을 뿐 도시락을 어떻게 할 지 생각도 못하고, 한글학교에 따님을 데리고 갔다.


한글 학교에 도착해서 바로 미국 동료와 컨퍼런스 콜을 하고, 정신을 차린 나.


엄마들은 벌써 내일 소풍날을 위해, 메뉴를 다 정해 놓으시고,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준비할 것 까지 다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셨다.


"내일 도시락 어떻게 하실 거에요?"

내가 좀 어리버리하게 질문을 했다. 

"당연히 김밥 준비해야죠."

"우리는 주먹밥 하려구요."

간식과 디저트 메뉴까지 완벽했다.


한글학교 같은 반 한 어머님께서 한국에 있는 동생이 보내준 메세지라며 

내게 한국 엄마들이 준비하는 도시락 사진을 전달해 주셨다.


그 동생은 이런 멘틀르 붙였다고 한다.

"한글학교 소풍에 이정도는 준비해야 하는거 아냐?"


카톡으로 이미지를 받아본 나는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


아, 한국 엄마들을 이렇게 도시락을 싸는 구나.

처음 알았다.



따님의 첫 소풍인데, 글로벌 워킹맘인 엄마는 도시락 메뉴도 정하지 못하고, 장도 보지 않았다.

소풍날 아침까지 점심 준비 어떻게 하지? 

막막했다.


따님이 감기가 조금 있어 따뜻한 것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에 나는 야채 죽을 끓였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 프랑스 빠떼와 리에뜨 그리고 프랑스 바케트

따님과 남편을 위해 프랑스 치즈 (미니 버전)

그리고 과일 퓨레를 간식으로 준비했다.

글로벌 워킹맘이 준비한 소풍


아침, 밖에 햇볕을 본 나는 여름처럼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반바지와 반팔에 스카를 두개를 걸치고 나왔다.

우리 따님도 얇은 긴팔에 혹시나 몰라 바람막이를 하나 들고 나왔다.


남편이 "밖에 온도 13도인데?" 하였지만, 아침에 기차 시간이 늦어질것 같아 그냥 나가기로 했다.


나오자 마자 따님은 추워했고, 

역에 도착해서 한국 엄마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따뜻하게 옷을 입히고 왔는지 보고 반성했다.


따님은 긴팔 윗도리에 바람막이 그리고 같은 반 엄마가 빌려주신 조끼 + 내 목도리 하나를 걸치고 다녔다.

나도 바람막이를 빌려 입었다.

체코 날씨에 무지한 엄마로 인해 따님이 고생을 하였다.


소풍 장소인 성으로 가는 꼬마기차를 타고 있는 모습



한국 엄마들과 처음한 소풍.

글로벌 엄마의 한국 엄마 따라잡기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 


교장선생님꼐서 진행해 주신 오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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