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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성장 Nov 09. 2022

나는 왜 화가 나는가?

화라는 감정 뒤에 숨은 진짜 뜻.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순두부찌개와 마주한 엄마가 말했다.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갔다. 국이 없다. 가뜩이나 입맛이 없어 밥을 먹지는 못하는 엄마가 마음에 걸려 순두부찌개를 국처럼 끓였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엄마를 위해 달걀을 세 개나 넣었다. 밥도 새로 했다. 저녁에 먹던 밥이 남아있었지만, 밥알이 까끌까끌하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오랜만에 쉬는 평일. 엄마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었다.



찌개에 숟가락을 담가 보지도 않고 보자마자 부정적으로 말하는 엄마에게 너무 화가 났다. 요리도 못하는 내가 눈뜨자마자 밥도 하고 찌개도 끓였는데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 속상했다. 화가 났다. 입맛이 없어 밥을 못 먹는 것인지 안 먹는 것인지. 노력하지 않는 모습에 더 화났다. 노인들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몸이 점점 앙상해지는 있는 것을 마주하는 현실이 속상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46살. 나는 지금껏 요리를 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성격 급한 엄마가 나의 모든 것을 해주었다. 심지어 빨래, 청소, 정리 정돈 등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을 정도다. 내가 결혼했을 때 신랑의 밥을 해주었고,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의 분유. 이유식, 밥 모두 엄마가 해주었다. 나는 일을 하고 살림은 엄마가 도맡아 했다. 이런 나를 내 친구들은 너무도 부러워했다. 나는 엄마 덕분에 지금까지도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곱게’ 자랐고 편하게 살아왔다.



지나온 46년을 그렇게 편히 살아놓고서는. 아침에 밥 한 끼 한 걸 가지고 갖은 온갖 생색을 내는 내가 웃기다. 언제 철이 들려는지. 자식은 원래 이런 건가? 16살인 내 아이에게 나는 우리 엄마만큼 최선을 다하지도 못하면서 바라기만 하는 나를 본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내가 딱 그 모습 아닌가.



엄마의 90이라는 나이가 두렵고 말라가는 모습이 무섭고 밥을 먹지 못해 병날까 떨린다. 내 화라는 감정 뒤에 숨어있던 진짜 숨은 뜻은 그 두려움이었다. 효도하겠다고 몇천 번을 넘게 말하고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자고 몇백 번을 말해봐도 나의 이런 서툰 표현이 엄마의 감정을 상하게 했으리라. 결국 아침 식사를 망쳐버린 나는 또 아무 일 없듯 서먹하게 옆에 앉아 텔레비전을 본다. 



아무래도 저녁은 배달시켜야겠다.


엄마!  미안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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